항공사·경찰, 무관용 원칙 적용
실형·구속 사례 잇따라
항공사, 탑승 거절까지 검토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항공기 비상문을 만지는 행위가 잇따르면서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공사와 경찰은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23일 연합뉴스는 비행기 탑승 뒤 비상구 손잡이 덮개를 손으로 만진 60대 A씨를 항공 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9시 45분께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해 대기 중이던 에어부산 BX8106편 항공기에서 60대 승객 A씨가 비상구 손잡이 덮개를 손으로 만졌다가 현장에서 객실 승무원에게 제압됐다. A씨는 공항경찰대에 인계됐으며, 부산 강서경찰서는 항공 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A씨는 "장난삼아 만져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다. 이달 4일 인천발 시드니행 대한항공 항공편에서는 한 승객이 이륙 직후 비상구 손잡이를 조작했고, 승무원이 즉각 제지하자 "기다리다가 그냥 만져본 것"이라며 답했다. 지난달 인천발 시안행 항공편에서도 한 승객이 운항 중 비상구에 손을 대며 화장실로 착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비상문 만졌다가 징역형까지…항공 안전 위협하는 '장난'
국적 항공사에서만 올해 상반기 유사 사례가 10건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착각이나 단순 호기심에 의한 조작의 경우 훈방이나 경고 조치로 마무리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2023년 5월 대구 상공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비상문 개방 사고 이후 항공사와 경찰은 강경 기조로 선회했다.
실제 처벌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대구 상공에서 비상문을 연 승객은 항공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2024년에는 활주로 이동 중 비상문을 연 승객이 구속기소 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대한항공 측은 최근 2년간 비상구 조작 또는 시도 사례가 14건에 달한다며, 향후 형사 고발은 물론 탑승 거절(블랙리스트)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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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항공 보안법 제23조 제2항은 항공기 내 출입문·탈출구·기기 조작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벌금형 없이 10년 이하 징역만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미한 사안에 대해 법원이 실형 선고를 부담스러워하며 기소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회에는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1억 원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항공 보안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상문 조작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수백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승객들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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