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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의 창] '노인과 바다' 꼬리표 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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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개청식에 들뜬 부산…상권도 들썩
반가운 변화지만 괜찮은 일자리 없어 청년층 떠나
공공기관 이전에 기업 유치 노력 더해야

[아경의 창] '노인과 바다' 꼬리표 떼기 이경호 이슈&트렌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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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23일 공식 개청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해수부 직원 850명 가운데 휴직이나 파견 인원을 제외한 693명이 부산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해수부 부산시대에 부산은 들떠있다. 청사가 위치한 동구 일대 상권이 살아났고 "부산 근무를 희망한다"는 타 부처 공무원들의 지원도 예상보다 많았다. 관사 제공, 이주 정착금, 교육·양육·주거비 지원까지 합쳐 4000만원이 넘는 파격적 혜택도 받았다.


해수부 이전은 분명 부산에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이 변화가 부산의 체질을 바꾸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공무원은 늘었지만 청년은 계속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청년들의 고민은 복잡하지 않다. "일자리만 괜찮으면 부산에 남고 싶다"는 말로 요약된다. 교통 인프라는 좋고, 바다는 가깝고, 서울보다 삶의 밀도는 덜하다. 김해공항 접근성, 광안리·남포동·서면의 문화적 매력도 여전하다.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고, 있어도 임금과 성장성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만 봐도 그렇다. 2024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기업 수는 28개사로 전년 31개사에서 3곳이나 줄어들었다. 신규 진입 기업은 없고 3개사가 1000대 기업 명단에서 빠졌다. 이탈 3개사 중 2개사가 본사의 역외 이전 때문이었고 나머지 1개사는 업황 부진으로 1000대 기업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부산 기업 매출 1위는 2년 연속 부산은행이 차지했으나 전국 순위는 2023년 111위에서 2024년 119위로 8계단 하락했다. 부산 기업은 올해도 전국 100대 기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업이 떠나는 도시에서 청년이 남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부산MBC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4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만 18~29세 청년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도시의 미래를 떠받칠 세대가 가장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통계는 더 직설적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후 4년간 20~39세 부산 청년 2만8036명이 부산을 떠났다. 2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분기별로 평균 21만~22만명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20만명 선이 무너졌다. 11월 한 달만 놓고 봐도 2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1만9000명(8.2%) 감소했다. 학생 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부산지역 초·중·고 학생 수는 2021년 30만명을 넘었지만 2023년에는 29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2030년에는 23만명대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양수산 특화 국립대인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글로컬대학' 선정에서 탈락했다.


괜찮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 공공부문 이전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부산이 바라는 공공기관 이전은 11곳에 이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 본사의 유치와 정착이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이미 부산 이전을 결정했다. 두 회사 임직원은 약 2500명으로 해수부의 세 배 규모다. 정부 지분이 70%가 넘는 HMM의 부산 이전은 노조 반대에 부딪혀 있지만,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유발 1조3000억원, 고용 유발 4570명이라는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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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두고 흔히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고 한다. 불편한 표현이지만,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바다를 보며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바다로 먹고살 수 있는 도시"다. 해수부 이전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해양 공공기관 이전, 역외 기업 유치와 더불어 기존 기업 이탈을 막는 정책 지원이 병행된다면 부산 경제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청년들은 부산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경호 이슈&트렌드팀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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