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홀로 24시간 필리버스터 기록 세워
野의원들 기립 박수…장 "제 역할 다했다"
민주당 주도로 법안 통과. 與 "무책임 투쟁"
제1야당 대표로 헌정사상 처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홀로 24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에 밀려 법안 통과를 막진 못했지만 정치권에선 분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의 '최초·최장' 필리버스터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정국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며 하이에크가 쓴 자유헌정론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 상정된 직후인 오전 11시40분께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이날 오전 11시40분 강제 종료될 때까지 24시간 동안 발언을 했다. 이는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의 기존 기록인 17시간12분을 훌쩍 넘긴 국내 역대 최장 기록이자, 혼자서 하루를 꽉 채워 필리버스터를 한 전무한 기록이다.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를 마치자 본회의장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연단에서 본회의장 출구까지 줄지어 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들은 장 대표가 걸어 나오자 악수하고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장 대표의 기록은 세계 기록에도 필적한다. 스트롬 서먼드 당시 미국 상원의원은 1957년 민권법에 반대하며 24시간18분 발언했고, 코리 부커 의원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며 25시간5분 발언했다.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는 것은 토론이 불필요하다"며 "민주당 의원들도 위헌성에 대해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 법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민주당 입맛에 맞는 특별재판부를 만들어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판결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국회에서, 국민들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반대토론으로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기록을 세운 뒤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5시께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 종전 기록을 경신하자 본회의장에서는 "기록을 깼다"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나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 공지를 통해 "장 대표가 처절한 심정, 절박한 마음으로 무제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며 "모두 사법부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날 "24시간 할 각오"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실제로 할지는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본회의장에는 추경호·최은석·한지아·김민전·강선영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지켰다. 추경호·조지연 의원 등은 "대표님, 힘내세요"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힘을 보탰고, 임이자 의원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두고 "법학개론의 '개' 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법학개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오전 찬성토론 필요성을 주장하며 장 대표에게 강하게 항의하자 송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한동안 소동이 일기도 했다.
성낙인 서울대 명예교수의 '헌법학'과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 5권의 책을 들고 연단에 선 장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위법·위헌성을 재차 강조했다. 장 대표는 "우리는 소리 없는 계엄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민주주의 다수결의 내재적 한계인 소수자에 대한 배려, 그 한계를 벗어나는 순간 민주주의는 다수결을 가장한 독재와 다름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찬성 토론 필요성 등을 지적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를 두고 여야 평가는 엇갈렸다. 송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단한 정신력이고 악전고투, 분골쇄신"이라며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분립,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사법파괴 5대 악법 저지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당대표 스스로 몸소 실천했다"고 했다. 반면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할 때"라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명분과 책임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정치투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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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계기로 내부 결집을 도모하는 동시에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외연 확장 방안 등을 담은 내용을 준비 중"이라며 "주택, 환율 등 이슈가 부각될 타이밍에 메시지를 내야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19일 충북도당 당원교육에서 "이제 변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존 강성 보수 노선의 변화를 시사했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한동훈 전 대표 당원게시판 사건 조사 등 민감한 현안에서 장 대표가 기존 입장을 바꾸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마친 뒤 발언대에서 내려와 송언석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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