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6조원 증발, 1.4만명 실직"
"일본 의약품 품절 사태 재연될 것"
제약업계가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을 '산업 포기 선언'으로 규정하고, 시행 시 산업이 고사할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22일 서울 서초구 협회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서울 서초구 협회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개편된 산정률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7월부터 적용될 수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999년 실거래가제도 도입 이후 10여차례 약가 인하가 단행됐지만,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 산업 영향 등에 대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적 없다"며 "기존 약가 정책과 이번 개편안이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산업계와 함께 면밀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복제약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을 포함한 약가 제도 개선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제약업계는 약가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연간 조단위의 손실이 우려되며,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개편안대로 오리지널 대비 40%의 약가 상한률을 국내 제네릭 시장 규모에 적용하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이에 기업 수익이 1% 감소할 때 R&D 활동은 1.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한국 제약산업의 성장 동력이 완전히 꺾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는 중소·중견 제약사 위주로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평균 5%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의약품 공급 중단 및 차질 등 보건 안보 위기론도 제기했다.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연구에 따르면 앞서 일본에선 약가 인하 정책 이후 제네릭 의약품의 32.1%인 4064개 품목이 공급 부족 및 생산 중단 문제에 휘말렸다.
아울러 비대위는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최대 1만4800명의 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약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매출 10억원당 4.11명으로, 반도체(1.6명)나 디스플레이(3.2명)보다 높다. 제약업계가 산정한 최대 매출 감소액에 고용유발계수를 적용할 경우 1만4800명의 실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강조했다. 전국 제약사의 생산시설 653개와 연구시설 200여개는 수도권보단 지방 위주로 분포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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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는 정부가 일방적 통보가 아닌 거버넌스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공식 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부 개편안 시행의 일정 기간 유예 및 전면 재검토 ▲기존 약가 정책에 대한 입체적·정량적 평가 선행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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