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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미국 본사, 진짜 비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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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 본사는 시애틀에
델라웨어는 법인 설립지 주소로
소송서류 수령·전달 공식 창구
"본사가 비어 있다"는 지적은
현지 실무 개념 혼동한 오해

최근 쿠팡의 미국 법인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류상 주소만 두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미국 델라웨어주(州)의 독특한 법률 환경과 그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통상적 경영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오해라는 말이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미국에 설립된 쿠팡의 지주회사 'Coupang, Inc.'는 델라웨어에 설립된 회사다. 그렇지만 쿠팡의 글로벌 본사(Headquarters)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다. 델라웨어는 법인 설립지일 뿐 실제 경영 본사가 위치하는 곳은 아니다.

쿠팡 미국 본사, 진짜 비어있을까 쿠팡 본사.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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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설립지와 본사를 분리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일반적인 전략이다. 델라웨어 회사법에 따르면 모든 법인은 델라웨어 내에 반드시 '등록 대리인(Registered Agent)'을 지정해야 하는데, 등록 대리인은 소송 서류와 법적 통지를 수령·전달하는 공식 창구 역할을 한다. 쿠팡의 델라웨어 주소지인 '코퍼레이션 트러스트 센터(Corporation Trust Center)' 역시 글로벌 기업들이 실무상 활용하는 대표적인 등록 대리인 주소로 알려져 있다.


Coupang, Inc.의 실질적 본사는 시애틀이기 때문에 "본사가 비어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미국 회사법상 설립지와 혼동해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한 대형 로펌의 회사법 전문 변호사는 "법인 주소지를 델라웨어에 두는 것은 S&P500 기업 대다수가 활용하는 검증된 경영 전략"이라며 "각 법인의 필요에 따라 등록 대리인만 두거나 대리인의 이메일 주소만 남겨두는 경우가 많고, 직원들을 꼭 배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델라웨어에 사무실의 실체가 없는 것은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회사법을 전문으로 하는 한 미국 변호사도 "델라웨어의 친기업적 회사법 환경 때문에 법인 주소지는 델라웨어에 두고 실제 비즈니스 거점은 다른 곳에 두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델라웨어 특성상 거주용 공간이 적어 큰 기업들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쿠팡 사례처럼 법인 주소지로만 해당 지역을 사용하는 것이 델라웨어의 주된 수익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델라웨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델라웨어에는 회사법 전문 법관들이 회사법 분쟁을 전담하는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이 있고, 관련 분쟁이 집중되면서 판례가 대거 축적돼 있다. 강병진 미국 변호사는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으로서는 안정적인 법인 설립지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회사법이 주(州)법 사항인 미국에서 다른 주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은 델라웨어를 안정적 운영을 위해 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관련 법률도 기업 친화적이다. 델라웨어에서는 법인 설립 시 주(州)에 이사나 주주 명단을 공개·등기할 의무가 없다. 또 다른 회사법 전문 미국 변호사는 "델라웨어 회사법은 이사회 권한이 강하고, 경영 재량권이 비교적 폭넓게 인정된다"며 "기업으로서 제도적 부담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델라웨어가 친기업적인 제도를 갖춰 다수 기업의 선택을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와 반대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한 대형 로펌의 기업 자문 전문 선임 외국 변호사는 "델라웨어가 전통적으로 기업들에 우호적이라는 것이 '기업에 유리하도록 판결' 또는 '기업들에 무조건 좋도록 판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최근 테슬라 보상안 무효 판결처럼 경영진 판단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나오면서, 일부 기업들은 텍사스 등 다른 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의 이번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집단소송이 델라웨어가 아닌 뉴욕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델라웨어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한 미국 변호사는 "집단소송의 근거가 되는 증권법은 연방법 사항으로, 관련 판례와 대형 사건이 축적돼 주목도와 예측 가능성이 높은 뉴욕 연방법원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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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영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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