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취재본부 최순경기자
경남 거창군이 '산림으로 여는 미래'를 내세우며 관광·기후·경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한다. 구호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정을 돌아보면 이 선언이 또 하나의 정책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을지 우려가 앞선다. 산림은 홍보용 문구가 아니라, 무너질 경우 되돌릴 수 없는 공공 자산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산림의 가치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탄소를 흡수하고 재해를 완화하며 생태계를 지키는 최후의 방파제다.
그런데도 산림을 관광과 경제 논리에 끼워 맞추는 순간, 숲은 보호 대상이 아닌 개발 대상이 되기 쉽다. '활용'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질 수 있는 난개발의 전례는 이미 전국 곳곳에서 확인됐다. 거창군은 이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관광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시설을 짓고 인파를 끌어들이는 방식은 산림 관광이 아니다. 숲을 훼손한 뒤 관광 수입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진정한 산림 관광은 숲을 덜 건드릴수록 가치가 커진다. 거창군의 계획에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토목 행정의 변주에 불과한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산림 사업의 수익이 외부 업체에 집중되고, 지역 주민은 소음과 훼손만 떠안는 구조라면 이는 발전이 아니라 착취다. 주민 참여와 지역 환원 구조가 없는 산림경제는 결국 갈등과 불신만 키울 뿐이다.
거창군이 정말로 세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면 답은 분명하다.
첫째, 개발보다 보전을 우선하라. 둘째, 보여주기식 성과 사업을 즉각 배제하라. 셋째, 산림 정책 전 과정에 주민을 주체로 세워라. 이 세 가지가 빠진 '산림 미래 전략'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산림은 한 번 무너지면 행정 임기 안에 복구할 수 없다. 거창군의 선택은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수십 년 뒤 평가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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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창군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숲 앞에서 책임 있는 행정을 증명해야 한다.
영남취재본부 최순경 기자 tkv01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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