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자처하며 "월 5000만원 매출도 가능"
다단계 사기 권하기도…"강사 이력 표기 필요"
작년 이러닝 업계 매출 5조8521억원
지난 10월30일 기자가 직접 SNS 인스타그램에서 '1대1 부업 수업 상담'을 진행하는 계정에 연락을 취했다. 그 계정은 곧바로 이달에만 약 160만원을 벌었다며 "복잡한 것 없이 컴퓨터로 복사, 붙여넣기만 할 줄 알면 된다"고 했다. 다만 "등급별로 수업이 다르다. 높은 등급일수록 제공하는 일감, 교육 내용도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가장 높은 등급의 수강료 495만원이다. 해당 계정은 두 달이면 3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높은 등급의 강의 수강을 권유했다.
단기간 고수익을 약속하는 부업 강의가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은 돈을 벌고자 비싼 부업 강의를 수강하지만 부실한 수업 내용에 실망하거나 다단계 사기에 휘말려 피해를 입고 있다.
20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이러닝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러닝 업계의 매출액은 5조852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5조218억원을 기록하면서 5조원을 넘더니 2022년 5조3509억원, 2023년 5조5947억원 등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러닝 사업체 수도 2021년 2113개, 2022년 2393개, 2023년 2506개, 2024년 2715개 등 매년 불어나는 추세다.
경제 활동 주축인 30, 40대는 이러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9년 기준 30대와 40대의 개인 이러닝 이용률은 각각 59.6%, 52.5%였지만 지난해 69.9%, 64.1%로 높아졌다. 이들이 직접 이러닝에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가장 많이 이용한 분야는 자기계발 분야가 포함된 '직무'(30.9%)다.
부업 찾는 직장인들…부업 강의는 "평범한 주부도 월 5700만원 매출 가능"
실제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서 부업과 관련된 강의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 16일 기준 'C 사이트'의 경우 506개의 부업 강의를 제공 중이다. 분야는 블로그, SNS, 유튜브 운영, 쇼핑몰, 구매대행, 전자책 제작 등에 대부분 몰려 있었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서만 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SNS, 블로그 등에서도 스스로 멘토를 자처하며 부업 강의를 제공하겠다는 홍보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본지 기자는 지난 10월30일 직접 SNS 인스타그램에서 '1대1 부업 수업 상담'을 진행하는 계정에 연락했다. 해당 계정은 "복잡한 것 없이 컴퓨터로 복사, 붙여넣기만 할 줄 알면 된다"며 "등급별로 수업이 다르다. 높은 등급일수록 제공하는 일감, 교육 내용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캡처
이들의 홍보 방법은 대체로 비슷하다. 멘토를 자처하는 사람이 짧은 시간에 쉬운 방법으로 거액을 번 적 있다며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식이다. 'M 사이트'의 한 부업 강의는 "AI 쇼핑몰로 하루 2시간 투자해 월 1억원 매출을 벌었다"며 "평범한 40대 주부도 한 달 매출 5700만원을 달성했다"고 홍보했다. 다만 이들의 이력은 불명확했다. 과거 자신이 운영한 사업체의 이름은 무엇인지, 홍보하는 매출이 정확히 어느 시기에 발생하고 유지됐는지, 강의를 하기 위한 자격 등을 알리지 않았다.
떨어지는 강의 수준에 N잡러들 분노…"업계 현실 정확히 알려줬으면"
고물가를 동반한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이어지며 소상공인 지원기금의 확대가 시급한 가운데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권에 텅빈 상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수강생들은 수준이 현격히 떨어지는 부업 강의들이 수두룩하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업 강의를 '성공팔이'라는 용어로 비하해 부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명품 리셀(되팔이) 사업을 시작한 김모씨(43·남)는 자신을 이 업계로 이끈 부업 강의를 사실상 '피싱'에 해당한다고 격분했다. 자신의 성공담을 포장하면서 강의 수강자를 속이기 바빴고 정작 시장 분석 및 현황은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김씨는 명품 리셀 사업을 시작한 이후 대기업 재직 때 받았던 월급 이상을 번 적 없다. 강의 내용이 잘못됐다고 따지자 강의자는 김씨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비난했다. 김씨는 "수업에서 좋은 이야기만 해준다. 나만의 사업체를 꿈꾸던 때라 강의에 속았다"며 "소수만 알아야 하는 시장인데 이런 강의 때문에 공급자만 많아졌다. 시장을 망친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단계 사기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SNS, 블로그 홍보 등으로 돈 벌 수 있다며 결제를 유도해놓곤 더 많은 사람을 가입시켜야 한다고 유도하는 것. 김모씨(31·여)는 SNS에서 부업을 알려준다는 한 멘토를 만나 498만원의 수강료를 결제했다. 하지만 그 멘토는 "어떻게든 SNS 계정 규모를 키워야 한다" "정신없이 SNS 올리지 마라" 등 별 내용 없는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줬다. 가입 유도, 즉 다단계였다. 김씨는 "자신을 통해 가입한 사람은 180만원씩 정산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언변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추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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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해당 업계의 위험 요소까지 설명해주는 강의를 원했다. 김씨는 "좋은 면만 소개해주는 건 제대로 된 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업계의 현실을 정확히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강사 이력을 정확하게 표기하는 등 온라인 교육 사이트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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