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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467승 '슈퍼땅콩' 김혜선…또 유리천장 깨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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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 경마서 여성 최다승
악바리 근성·성실함으로 유명
기수 은퇴 후 조교사로 경주마 26마리 맡아 관리

2009년 데뷔 이래 '슈퍼땅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혜선 기수가 최근 조교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마사회는 통상 467번 우승하며 여성기수 최다승 기록을 세운 김 기수가 조교사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발표한 '유리천장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1위는 스웨덴이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튀르키예 등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긍정적인 전환과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넘어야 할 허들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전설의 467승 '슈퍼땅콩' 김혜선…또 유리천장 깨러왔다 지난해 10월31일 대통령배에 출전한 김혜선 기수가 경주마 '글로벌히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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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남녀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경마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실상 '금녀'의 영역으로 꼽혀왔다. 물리적인 체력과 근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어 '여성기수'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마사회 관계자는 "한국 최초의 여성기수로 알려진 이옥례 기수는 1975년 기수 면허를 부여받았지만, 부상 탓에 조기 은퇴하면서 '역시 경마는 여성이 발을 들이기 어려운 분야'라는 인식이 굳어졌다"며 "사실상 2001년 사실상의 최초의 여성기수라고 할 수 있는 이금주 기수와 이신영 기수가 등장했고, 이신영 기수는 10여년의 기수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1년부터 여성 1호 조교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금주·이신영을 이을 차세대 여성기수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김혜선 기수다. 150㎝의 작은 체구로 2009년 데뷔해 슈퍼땅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 기수는 특유의 악바리 근성과 성실함을 무기로 기수로서의 활동했다. 약 17년 동안 통산 5129전 중 467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여성기수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남성기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코리안더비와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KRA컵 클래식 등 굵직한 대상경주를 제패하며 '최초'이자 '최강'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아왔다. 그는 더비걸에서 여왕으로, 그리고 지난해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그랑프리(G1) 경주에서 한국경마 102년 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되며 진정한 '왕좌'에 올랐다.


김 기수는 은퇴를 앞둔 마지막까지 '현역 에이스'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이미 국내 정상 자리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 중 하나인 두바이월드컵 시리즈에 도전해 예선 2차전 격인 '알 막툼 클래식'에서 3위로 통과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는 '코리안자키 김혜선'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김 기수의 은퇴 무대는 지난달 21일 부경 2경주였다. 마지막 경주를 마친 뒤 그녀는 "기수 생활로 받은 응원을 조교사로서 더 큰 실력으로 돌려드리고 싶다"며 두 번째 인생의 포부를 밝혔다. 김 기수가 은퇴하면서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성기수는 서울과 부경, 제주를 통틀어 9명이 됐다.


경마법규와 마학(馬學), 인사·노무 등을 포함하는 조교사 시험에서 필기와 실기 모두 좋은 성적을 얻은 김 기수는 이제 26두의 경주마를 위탁받고 '부산경남 5조' 마방을 이끄는 조교사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의 여성 조교사는 서울 14조의 이신우(이신영 기수가 개명) 조교사와 부경 5조의 김 조교사 두 명뿐이다. 조교사는 경주마의 훈련계획을 수립하고 마주와의 소통은 물론 기수와 말 관리사, 수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 마방운영에 반영하는 '감독' 역할이다. 기수보다 폭넓은 관점과 조직관리 능력이 필요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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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관계자는 "많은 여성 스포츠인은 부상, 체력의 한계,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김혜선의 경력 전환은 여성 스포츠인의 지속가능한 커리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며 "새로운 출발선에 선 김혜선의 두 번째 질주가 한국경마에 어떤 장면을 남길지, 그의 행보에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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