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시정조치로 경영 위기"
금융위는 "부실 탓 불가피"
롯데손해보험이 금융위원회의 '적기시정조치'에 반발해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등 정면 대응하고 있다. 규제 권한을 갖고 우월적 위치에 있는 금융 당국을 상대로 보험사가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손보 측은 조치가 유지될 경우 대규모 퇴직연금 이탈과 시장 신뢰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금융위는 부실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롯데손보는 회사명에 '롯데'를 포함하고 있으나, 롯데그룹 계열사는 아니다. 롯데그룹은 2019년 롯데손보 지분 53.49%를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매각했다.
12월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2025아14082)에서 이은호 대표를 비롯한 롯데손보 측은 금융위의 적기시정조치로 회사가 경영상의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소지가 있는 금융사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당국이 발동하는 조치다. 단계별로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이 있다. 2025년 11월, 금융위는 경영실태평가 결과 롯데손보가 자본 적정성 부문에서 4등급(취약)을 받았다며 경영개선 권고를 의결했다.
롯데손보 측은 "적기시정조치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으면 3조 원 규모 퇴직연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이자 지급도 적기시정조치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은 이를 디폴트(부도)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발행사가 부실 금융사로 지정되면 채권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또 "금융위가 비계량 평가 결과를 들어 적기시정조치를 했지만, 평가 기준을 전혀 고시하지 않았다"며 법률유보의 원칙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유보의 원칙은 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공법상 원칙이다.
이 대표는 롯데손보가 건전성 회복을 위한 유상증자를 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 "금융지주가 있는 금융사들과 달리 롯데손보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적기시정조치까지 겹쳤다"며 "JKL파트너스가 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가 지분을 정리하려는 상황에서 증자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어 "적기시정조치 효력이 정지되지 않으면 연말에 퇴직연금 고객들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롯데손보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측은 "오랫동안 당국은 경영실태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금융사에 적기시정조치를 해왔고, 비계량 평가 항목 역시 공개돼 있다"며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고객 이탈의 원인은 적기시정조치가 아닌 부실 그 자체"라며 "롯데손보가 자본 확충 방안을 비롯한 경영개선 계획을 세운 뒤 당국 승인을 받아 공표하면 시장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적기시정조치 효력을 정지한다고 해서 떨어진 롯데손보 평판이 올라가지 않으며, 시장이 이해할 만한 대책을 수립하는 게 선결 과제라는 의미다.
롯데손보 소송 대리인으로는 이효제(사법연수원 29기)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금융위 소송 대리인으로는 최영노(16기)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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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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