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C-14 자원화 기술 기업 이전… 방사성폐기물 1/100로 줄인다
버려야 할 '골칫덩이'였던 중수로 방사성폐기물이 1조 원대의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되살아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사업화 단계에 올라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월성원전 등에서 발생하는 폐수지에서 고가 동위원소 '탄소-14(C-14)'만을 고농도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민간기업에 이전하면서, 원전 폐기물을 비용 증가 요인이 아닌 '자원 창고'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첫 'C-14 자원화 기술' 민간 이전… "중준위폐기물, 1/100로 줄어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0일 중수로 폐수지 내 탄소-14(C-14) 탈착·회수 공정기술 관련 특허 4건과 노하우 1건을 ㈜선광티앤에스에 이전하는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수로(CANDU)에서 사용되는 중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지는 C-14를 포함한 다양한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어 중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돼 왔다. 현재 월성원전에는 약 400t의 폐수지가 보관 중이지만, 방폐장 처분이 쉽지 않고 화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장기 보관도 부담으로 지적돼 왔다.
박환서 원자력연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박사 연구팀은 산이나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마이크로파만으로 C-14를 단시간에 제거하고 고농도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러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폐수지의 방사능이 기존의 1/100 이하로 낮아져 저준위폐기물로 전환이 가능해지고, 회수된 C-14는 100배 이상 고농도로 농축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연구팀은 C-14 시장가치를 고려할 때 약 1조 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지난해 11월 월성원전에서 상용 규모(100kg/batch)로 약 3개월간 실증운전을 진행하며 성능이 검증됐다. 원전 현장에서 상용 규모로 실증에 성공한 폐수지 업사이클링 기술은 세계 최초 사례로, 연구개발 단계에서 사업화 단계로의 진입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 특허 4건은 이미 국내 등록을 마쳤고,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특허 출원과 등록이 이루어져 기술적 우수성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선광티앤에스, 사업화 착수… "국내 성공 넘어 해외 진출도"
기술을 이전받은 ㈜선광티앤에스는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처리에 특화된 기업으로, 2015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중수로 폐수지 처리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선광티앤에스는 이번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 5월 한국수력원자력의 기술용역 사업을 수주하면서 사업화 기반을 강화했다. 노광준 대표는 국내 사업화 성공을 넘어 중수로를 운영하는 해외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원전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산업통상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을 통한 상용화 실증을 거쳐 민간기업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며 약 10년에 걸친 연구개발 과정이 순차적으로 완성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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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훈 한국원자력연구원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장은 "방사성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기술"이라며 "국가의 중장기적 투자로 확보된 원천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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