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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퍼스트버디' 머스크 잊어라…트럼프 '새 깐부' 젠슨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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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동 순방부터 부각…9월 英순방도 동행
애플 쿡·테슬라 머스크는 멀어져
트럼프는 'AI 협상카드'로 활용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눈에 띈다. 1기 행정부에서 팀 쿡 애플 CEO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트럼프 2기 초기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주목받았다면, 최근에는 황 CEO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AI 칩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란 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접점이 확대되면서 미 정부의 AI 산업 전략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CEO는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된 인기 팟캐스터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무언가 필요하거나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마다 전화한다"고 했다. 이날 미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사실을 확인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5일 기준 약 31.9% 상승했다.

[글로벌 포커스]'퍼스트버디' 머스크 잊어라…트럼프 '새 깐부' 젠슨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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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불참 젠슨 황, 트럼프의 '내 친구' 된 비결은

황 CEO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인 지난 5월 중동 순방 때부터다.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를 보이던 쿡 CEO는 빠졌지만, 황 CEO가 함께한 모습이 주목을 받았다. 이어 9월 영국 순방 때도 동행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황 CEO는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빅테크 CEO 중 한 명이었다. 당시 그는 취임식 대신 중국행을 택했다. 취임식 2주 뒤 백악관 집무실에서 첫 회동을 했는데 이때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황 CEO가 4월 말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엔비디아가 미국 제조업에 5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제조업 육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중동 순방에도 동행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2000억달러 이상의 반도체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황 CEO를 '내 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연설에서 황 CEO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뢰를 얻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식 기업 개입 정책에 호응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수익의 일부를 징수하는 방침을 내놓았을 때 황 CEO는 이에 동의했다.

[글로벌 포커스]'퍼스트버디' 머스크 잊어라…트럼프 '새 깐부' 젠슨 황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1기 팀 쿡 벤치마킹했나…쿡·머스크 영향력 제쳐

미 경제매체 CNBC는 지난 7월 황 CEO가 트럼프 1기의 쿡 CEO와 트럼프 2기 초기 머스크 CEO의 영향력을 넘어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황 CEO의 최근 행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쿡 CEO의 행보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쿡 CEO는 기업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정치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만나서 식사하는 등 유화 전략으로 좋은 관계를 쌓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중 무역전쟁이 극에 달했지만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아이폰이 대중 관세 예외 대상에 오르게 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 유탄을 피했다.


그러나 쿡 CEO와 트럼프 대통령 간 관계는 올해 초부터 삐걱거리는 듯 보인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과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며 애플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또 지난 5월 NYT 보도에 따르면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을 거부해 미운털이 박혔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쿡 CEO같이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는 기술업계 CEO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행정부 핵심 부서였던 정부효율부(DOGE) 수장까지 맡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을 공개 비판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머스크 CEO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탈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는 트럼프 코드 맞추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전사적으로 로비해온 '게인(GAIN) AI 법안'이 미 국방수권법안에서 빠졌다. 게인 AI 법안은 반도체 기업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수출하기 전에 미국 내 수요를 우선 충족하도록 규정한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규정이 중국의 AI 기술 자립을 촉진하고 AI 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약화한다며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황 CEO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 주요 의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앞서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게인 AI 법안이 국방수권법에서 빠지도록 백악관이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8일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반도체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다. 지난 4일 연방 의회에서 H200의 중국 수출을 막는 초당적 법안이 발의되고, 황 CEO는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H200은 2023년 출시된 제품으로 지난 세대 아키텍처 호퍼를 적용한 칩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을 적용한 B200에 미치진 못하지만, 현재 중국 수출이 허용된 동 세대 저사양 칩 H20보다는 뛰어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미국이 강력한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등에 H200을 출하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알렸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만 이득? "트럼프, 협상 카드로 AI 칩 활용"

기업 CEO들과 가깝게 지내며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는 약속을 앞장서서 이행한 주요 기업 중 하나다. 또 AI 개발에서 엔비디아 반도체가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되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외교·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1950년대 미국이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기로 약속한 국가들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분쟁을 종식하는 국가들에 AI 기술을 대가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한 카자흐스탄에 엔비디아 반도체로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20억달러짜리 거래를 발표했다. 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중국 등과 협상할 때도 엔비디아 반도체는 강력한 협상 지렛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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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반도체는 카자흐스탄의 협정 가입에서 작은 역할만 했다는 게 미 정부 당국자의 입장이나, NYT는 그런 대화에 엔비디아가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이 AI와 엔비디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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