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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①수돗물 속 '보이지 않는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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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에서 걸러지지 않는 초미세·나노플라스틱의 진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수돗물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국가 조사와 연구 결과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의 수돗물은 어느 정도 수준이며, 우리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공백은 어디까지일까.


국내 연구진과 환경 전문가들은 한국 수돗물의 실태와 그 한계를 '측정 가능한 영역'의 범위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학을읽다]①수돗물 속 '보이지 않는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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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년 첫 조사…"측정 가능한 영역만 본 결과"

한국에서 수돗물 속 미세플라스틱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17~2018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다. 당시 전국 24개 정수장 중 3개 정수장에서 리터(ℓ)당 0.2~0.6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2024년 정수장 120곳 분석에서는 ℓ당 0.1~0.2개 수준이 확인됐다. 수치만 보면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다.


[과학을읽다]①수돗물 속 '보이지 않는 조각들'

이와 관련 최인철 국립환경과학원 물이용연구과 연구관은 "ℓ당 평균적으로 매우 적은 개수가 검출되지만, 국제적으로 통일된 분석법이 없어 농도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재 국내 수돗물 조사는 대체로 지름 20㎛ 이상의 비교적 큰 미세플라스틱만을 대상으로 한다. 그보다 작은 20㎛ 이하, 특히 1㎛ 미만 나노플라스틱은 현 단계 분석 기술로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 축적이 거의 없다. 그는 "나노 단위에 대한 국가 데이터는 없고 위해성도 명확하지 않다"며 "연구 축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수장에서 걸러져도 '가정 내부'가 새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정수장에서 수질이 양호하더라도, 수돗물이 가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오염원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연구에서는 시료 채취 지점에 따라 검출량 차이가 뚜렷했는데, 배관 내부를 감싸는 라이닝(lining) 재질이 원인으로 언급됐다. 라이닝은 폴리염화비닐(PVC)·폴리에틸렌(PE)·유리섬유 강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FRP-PET) 등 플라스틱 계열 코팅층으로, 시간이 지나면 미세 조각이 떨어져 물에 섞일 수 있다.


[과학을읽다]①수돗물 속 '보이지 않는 조각들' 서울 성동구 뚝도 아리수정수센터 침전지.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새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공급 과정에서 2차 발생 여부에 대한 체계적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일본 사례를 보면 배관 재질과 구조가 검출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상수도관에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수기 필터 역시 연구 수준의 논의지만 잠재 오염원으로 언급된다. 박 연구원은 "필터를 오래 사용하거나 교체 시기를 넘길 경우, 필터 마모에 따른 미세플라스틱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교체 주기 준수를 권했다.


나노 단위로 갈수록 커지는 잠재 위험…하지만 데이터는 '공백'

과학계는 플라스틱 조각을 크기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약 1㎛~5㎜)과 나노플라스틱(약 1나노미터(㎚)~1㎛ 미만)으로 구분한다. 나노플라스틱은 미세입자보다 훨씬 작아 세포막 통과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물리적 침투력이 높아, 인체 위해성 논의의 중심에 있다. 미세먼지와 결합 시 독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체 위해성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최 연구관 역시 "국제 표준 분석법 부재 상황에서 과장도 단정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연구원도 "나노 단계는 생태·인체 유해성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지속된다"며 "결국 관건은 측정 능력과 관리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을읽다]①수돗물 속 '보이지 않는 조각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 보면 한국 수돗물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측정 가능한 영역에서 본 결과일 뿐, 20㎛ 이하 초미세·나노 단위는 사실상 공백이다.


박 수석연구원은 "국내는 미세플라스틱 실태 데이터가 외국에 비해 매우 적고, 특히 나노 영역 정보는 거의 없다"며 "이 공백은 불확실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최 연구관은 "여과 공정이 가장 효과적인 제거 단계로 확인됐지만, 미세플라스틱 유입 경로가 다양해 장기적 모니터링과 발생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도 시작됐지만, 제도적 기반은 미비

지난달 고려대학교 김혜정 교수 연구팀은 수처리 분야 국제 학술지 'Water Research'에 미세한 공기 방울을 활용한 '미니 하이드로사이클론' 기술을 보고했다. 마이크로버블 결합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분리 효율을 크게 높인 것으로, 김 교수는 "화학물질 없이도 분리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어 고효율·저비용 정수 기술로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측정·제거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미세·나노플라스틱은 아직 법정 수질 기준 항목이 아니며, 위해성 판단과 관리 기준을 뒷받침할 제도적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 바로 2024년 9월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 등 총 13인이 제안자로 나서 실태조사·분석법 표준화·저감 기술 장려·관리 계획 수립뿐 아니라, 고농도 미세플라스틱 포함 제품의 판매·제조 금지, 배출 기준 설정 등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의 흐름 전체를 규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학을읽다]①수돗물 속 '보이지 않는 조각들'

전문가들은 이 법을 기반으로 조사 체계, 모니터링 인프라, 관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새롬 연구원은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조사와 연구를 담을 법적·제도적 틀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최인철 연구관 역시 "분석법 개발과 실태조사, 유해성 연구를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가 기준 설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조사와 연구를 보면 한국의 수돗물은 현재 기준에서는 충분히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가장 작은 나노 단위 영역은 여전히 측정 대상 밖에 있으며, 이 공백이 존재하는 한 인체 위해성 판단도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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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정확한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 위에서 정리하는 일은 연구와 기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정책에 달려 있다. 그 출발점이 될 '미세플라스틱 특별법'을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어 보인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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