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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선 왜 '국보' 같은 작품이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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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 영화의 계보 끊긴 한국
일본과 달라진 산업 생태계

한국영화에선 왜 '국보' 같은 작품이 사라졌나 영화 '서편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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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국보'의 흥행은 단순한 한 작품의 성공이 아니다. 전통예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가 대형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 영화와 나란히 놓고 보면 질문은 더욱 선명해진다. 한국에서는 왜 지금, 국보 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가.


1993년 '서편제'는 판소리를 중심에 둔 서사로 한국영화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춘향뎐(2000)', '스캔들(2003)', '왕의 남자(2005)'도 전통 미학과 상업성을 결합해 흥행했다. 전통 소재의 경쟁력은 이미 1990~2000년대 한국 영화가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보는 2010년대 이후 급격히 약해졌고, 2020년대 들어 사실상 끊겼다. 제작 구조와 산업 생태계가 변하면서 전통예술 기반 대형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에서조차 사라졌다.


왜 한국에서는 전통예술 기반 프로젝트가 끊겼나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을 규정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장르 편식이다. 범죄·스릴러·재난물이 지난 10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투자사들이 이 구조에 맞춰 움직였다. 반면 전통문화 중심 영화는 투자 대비 회수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기획 단계에서 제외됐다.


OTT의 급부상은 이 흐름을 강화했다. OTT는 즉각 소비가 가능한 장르 콘텐츠를 선호하고, 중저예산 프로젝트 중심으로 편성한다. 극장의 설득력은 약해졌고, 극장용 콘텐츠는 확실한 장르가 아니면 제작되기 어렵다. 그 결과 전통예술 기반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실종됐다.


한국영화에선 왜 '국보' 같은 작품이 사라졌나 영화 '국보' 스틸 컷

전통예술 구현 인력의 감소도 큰 요인이다. 일본은 가부키·노·전통무용 전문가들이 꾸준히 영화계와 협업하며 인프라를 쌓는다. 한국도 서편제·왕의 남자·춘향뎐 등에서 높은 수준의 전통 미학 재해석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전통예술 분야와 영화산업의 연결은 급격히 느슨해졌다.


전통 회화·동작·음악을 영화적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감독·무술감독·촬영감독·미술감독마저 줄면서 전통예술 영화는 가능성이 있어도 제작이 어려운 장르가 됐다.


여기에는 관객층의 구조적 차이도 작용한다. 일본에는 전통예술 소비층이 꾸준히 존재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통예술이 공연·교육 중심으로만 소비된다. 좀처럼 대형 상업콘텐츠 소비층과 연결되지 않는다. 전통문화를 꾸준히 소비하는 관객 기반이 약한 시장에서 투자사는 초기 수요가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 어렵다.


한국 영화 산업은 제작 편수 감소, 투자 축소, 시나리오 고갈이라는 삼중고도 겪고 있다. 중저예산 영화는 OTT로 이동하고, 극장용 상업영화는 몇 가지 장르에 집중되며 창작의 폭이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보처럼 전통예술·드라마·시각 미학을 결합한 복합장르 실험은 성립하기 어렵다.


한국영화에선 왜 '국보' 같은 작품이 사라졌나 영화 '국보' 스틸 컷

'끊긴 계보'를 다시 이으려면

국보의 성공은 한국 영화에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정선으로 번역하고, 젊은 관객과 연결하고,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확보하며, OTT와 구별되는 스케일까지 갖춘 작품만이 장기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는 1990~2000년대에 전통예술과 현대 서사를 결합해 세계적 경쟁력을 보여준 경험이 있다. 문제는 그 계보가 산업 변화 속에서 끊겼다는 사실이다.


다시 확장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를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극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미학을 복원하며, 새로운 장르를 실험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전통예술 기반 프로젝트가 기획 단계부터 소멸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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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영화에 필요한 것은 서편제의 유산을 반복하는 것도, 국보를 모방하는 것도 아니다. 끊긴 계보를 다시 잇는 실험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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