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권 소외론' 놓고 각자 입장 표명
글로벌경제위기 속 동부권 경기 악화
서부권 에너지산업 집중 육성 갈등 소재
동부권 '경제'VS서부권 '정치' 구도 재편
해묵은 갈등 구도 속 선거 앞두고 재 등장
지역 통합 위한 실질적 해결방안 모색 필요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내세운 '동부권 소외론'을 두고 같은 당 신정훈 의원이 정면 반박하면서, 전남의 뿌리 깊은 동서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든 모양새다. 표면적으론 내년 전남도지사 선거를 앞둔 기 싸움처럼 보이지만, 지역 안팎에서는 "오랫동안 누적돼온 균열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신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철현 의원님, 지역 갈라치기 선동을 중단해주십시오"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선공을 날렸다.
그는 "도지사 선거는 도민 178만 명이 새 미래로 나아가는 통합의 자리다"라며 "그런데 벌써 갈라치기 조짐이 보인다. 동부권 소외론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말이 도지사 출마를 언급한 분 입에서 나왔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전날 주 의원이 순천 언론인 간담회에서 "서부권으로 기운 전남 경제지도를 균형발전으로 바로잡겠다",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서 김영록 지사가 동부권 현안을 제대로 건의하지 않았다" 등 발언을 하며 '동부권 소외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한 일종의 반발이었다.
주 의원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SNS에 "동부권 소외는 정치 구호가 아닌 현실이다"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책임 방기다"라고 반격했다.
이에 신 의원은 다시 "(주철현 의원)깔끔하게 사과하고 통합의 길로 나오라"고 재차 압박했다.
지역 정가는 이번 충돌이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두 사람의 기 싸움을 넘어선 전남의 구조적 문제"란 인식이 공존한다.
전남은 오래전부터 동부권(여수·광양)과 서부권(목포·무안) 사이에 경제·정치적 역할이 분리된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었다.
실제 동부권은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한국 대표 산업단지가 자리 잡으며 '잘 사는 지역'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이에 반해 1차산업인 농·축산·어업이 중심인 서부권에서는 "동부권만 배를 불린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2005년 전남도청이 무안 남악으로 이전하면서 동부권에선 "정치·행정을 서부권만 가져간다"는 홀대론이 깊어졌다.
이처럼 양측의 이해관계는 오래전부터 어긋나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충돌을 피하며 '조용한 긴장 상태'가 지속돼 왔다.
문제는 최근 들어 전남을 수십년간 받치고 있던 이 구조가 경제위기 속에 금이 갔다는 점이다. 동부권 경제의 기반이던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탈 탄소 전환', '중국·동남아 공급 과잉',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삼중고에 빠지며 '침체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수·광양 상권은 쇠퇴했고, 식당·서비스업 폐업도 급증하고 있다. 지역 '경제 자존감'은 급격히 추락했다.
반면 서부권은 정반대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항공우주 정책 핵심지가 서부권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실제 해남엔 오픈AI·SK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추진을 비롯해 굵직한 에너지 관련 사업들이 연달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영광, 신안, 진도 등엔 대규모 태양광·해상풍력 단지 구축을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8.2GW 해상풍력단지를 만들겠단 계획을 공식화한 상태다.
전력·AI·에너지라는 차세대 성장축이 서부권에 집중되면서, 동부권의 위기감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됐다.
지역 한 기초의원은 "동부권은 지금껏 경제력 하나로 버텼는데 그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정치·행정 주도권은 이미 서부권이 가져갔고, 이제 미래산업까지 내주게 생겼다는 불안감이 누적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신정훈, 주철현 두 의원 간 설전을 두고 지역 정계에선 갈등보단 전남 통합을 위한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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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두 의원끼리 벌어진 입씨름은 전남 동서가 수십 년간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가 폭발한 것이다"며 "다만 선거철마다 지역 갈등을 자극하는 행태가 또다시 반복된 점은 아쉽다. 통합을 말하려면 갈등을 건드리는 수준이 아니라 산업·행정·정치 불균형을 해결할 실질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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