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검사에 ‘재갈 물리기’"… 평검사 강등 땐 반발 격화
정부·여당, ‘집단 항명’ 판단… 일각선 이 대통령 ‘수사·기소’ 무력화
정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일선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7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검사들에게 '재갈 물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시키는 인사가 현실화할 경우, 검찰의 반발이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을 제외한 전국 18개 지검 검사장들은 지난 10일 검찰 내부망에 노 전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다만 이들은 입장문에 노 전 대행에게 자진 사퇴 등 거취를 표명해달라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들이 '집단 항명'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도 국회 탄핵 없이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지난 14일 발의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장들이 내부망에 입장문을 게재한 것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논란이 된 사태에 대해 정확한 경위 설명을 해달라고 입장문을 게재한 것이 항명이 된다면, 귀 닫고 입 닫고 조용히 숨만 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주의 정도의 징계면 충분한 일을 강등까지 검토할 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뭉개기 위해 현 정부에서 임명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수사와 재판은 사실상 모두 정지된 상태인데, 항명이라는 이유를 들어 검사장들을 모두 교체한 뒤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무력화하기 위해 '공소 취소'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의 존립을 흔드는 법무·검찰 수뇌부의 결정에 검사라면 당연히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며 "(검사장들이)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도 아니고 총장 대행에게 설명을 요구한 것만으로 강등이 된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바로잡은 뒤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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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을 낸 검사장들이 평검사로 강등될 경우, 검찰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사장들은 물론 항소 포기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일선 지청장, 평검사 등이 모두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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