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3개 지사 있는데
굳이 나주 전보할 이유 없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직원을 기존 근무지에서 280㎞ 떨어진 지역으로 전보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06년 입사해 파주지사 고객지원부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해 12월 동료 5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됐다. 공사 감사실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분리 조치를 요청했고, 공사는 다음 날인 12월 21일 A씨를 전남 나주시 소재 광주전남지사로 전보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지 전보는 과도한 불이익"이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했고, 지노위는 절차 미흡과 생활상 불이익 등을 이유로 전보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같은 이유로 재심을 기각하자 공사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도 노조와 중노위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고인들과 분리 조치가 필요했던 점은 수긍되지만, 대기발령 등 다른 임시 조치를 검토한 흔적이 없고 전보 당시 괴롭힘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 불이익을 비교하면 전보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사가 주장한 지역 연고(전남 본적·대학)를 근거로 한 공사의 주장은 원격지 전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전보 기준상 원격지 배치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점, 수도권 내 13개 지사 배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특정 지사로의 전보가 불가피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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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상 불이익도 크게 인정됐다. 재판부는 "기존 파주 근무는 왕복 80㎞였으나 나주 전보로 280㎞가 되어 사실상 출퇴근이 불가능해졌다"며 "주거비·교통비 부담 및 삶의 질 저하까지 고려할 때 통상 감수할 수준을 넘는다"고 봤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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