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대 재산 기부 속도 높일 것"
차기 CEO 에이블에 대한 신뢰 확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후계자에 대한 주주 신뢰가 자리 잡을 때까지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또 200조원이 넘는 규모의 재산을 자녀들의 자선재단에 기부하는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10일(현지시간) 버핏은 이달 말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공개한 주주 서한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차기 최고경영자(CEO)인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자리 잡을 때까지 일정 기간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버핏은 올해 말 CEO 은퇴를 공식 선언했으며, 에이블 부회장이 그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게 된다. 버핏은 이사회 의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그는 "(그레그 CEO에 대한) 확신이 쌓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자녀들은 이미 그레그를 100% 지지하고,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현재 버핏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약 1490억달러(약 217조원) 규모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의 지분은 주당 약 75만1480달러로 거래되는 A주 위주로 구성돼 있다.
또 그는 자녀들이 이미 고령인 만큼 자신이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그들의 재단에 더 빨리 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다른 수탁자들이 자녀들을 대체하기 전에, 자녀들이 사실상 자신의 재산을 직접 처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95세인 버핏의 자녀인 수지, 하워드, 피터는 모두 60~70대다.
버핏은 2006년 자신의 재산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가족이 운영하는 여러 자선재단 등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이어왔다. 그는 현재까지 전체 재산의 약 60%를 기부했다. 가족 재단은 사별한 아내의 이름을 딴 '수전 톰슨 버핏 재단'과 세 자녀가 운영하는 다른 3곳의 재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버핏은 자신이 보유한 일부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가족 재단에 추가로 기부했으며 기부 규모는 약 13억달러(약 1조9000억원) 수준이다.
그는 "자녀 재단에 대한 평생 기부를 늘리는 것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망에 대한 내 견해가 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여전히 회사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아울러 버핏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놀랍게도 평소에 좋은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며 "움직임이 느려지고 읽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일주일에 5일씩 사무실에 나가서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 늦게서야 나이를 먹기 시작했지만 (노화는) 한 번 찾아오면 부정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세월의 흐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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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한은 버핏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 발표한 공식 메시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가 60년 넘게 이어온 경영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버핏은 앞으로도 매년 추수감사절마다 주주 서한을 계속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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