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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빛바랜 '천재문화'...함께해야 조직이 빛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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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문화'는 소수 엘리트에 의존
개인의 고정된 능력·이력에 집착
'성장문화', 과정 자체가 성장 동력
실수 인정하고 배움의 기회로 삼아
3M·MS가 택한 성장 마인드셋 필요

20여 년 전 미국 심리학자 캐럴 드웩의 저서 '마인드셋'을 통해 '마인드셋'이라는 용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드웩은 재능을 타고난 것으로 여기는 '고정 마인드셋'과, 노력에 따라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인드셋'을 구분했다. 이 개념은 이후 교육계와 기업문화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노력에 대한 통념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었다.

[이 책 어때]빛바랜 '천재문화'...함께해야 조직이 빛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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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웩의 제자이자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저자는 이번 책에서 마인드셋의 개념을 개인의 태도를 넘어 조직문화의 문제로 확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프레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수의 엘리트가 주도하며 실수를 숨기는 데 익숙한 '천재문화', 다른 하나는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삼고 협력을 성과로 연결하는 '성장문화'다. 전자는 경쟁이 치열하고 폐쇄적인 반면, 후자는 다양성을 자산으로 삼아 함께 배우는 과정을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본다.


천재문화는 학력이나 성적 등 개인이 지닌 고정된 능력과 이력에 집착한다. 세상에는 타고난 천재만이 존재하며, 그런 사람만이 발언권과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노력으로 이룬 성장은 별다른 가치나 의미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 문화에서는 능력이나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성장문화는 실수를 통해 학습하고, 서로 협력하며, 다양성을 자산으로 삼는다. '누가 제일 똑똑한가'라는 질문 대신 '무엇을 통해 함께 배울까'라는 물음에서 답을 찾는다. 마이크로소프트, 3M, 파타고니아 등 수백 개의 글로벌 기업을 통해 저자가 연구한 지속가능한 성장의 결론은 명확하다. 개인의 성과보다 '함께' 일하고, 완벽보다 '끊임없이 시도'하며, 실패에서 배우고,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윤리'를 중시하며, 서로 다른 관점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혁신'을 돌아볼 때 비로소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재문화는 겉보기에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은 종종 참담하다. 혈액 검사로 질병을 진단하겠다는 혁신을 내세운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결국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고등교육계의 아마존'이라 불리던 프랭크의 최고경영자(CEO) 찰리 자비스 역시 고객 수를 부풀려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의 사례는 천재 신화를 좇는 조직이 얼마나 쉽게 자기기만과 윤리적 붕괴에 빠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조직의 성패가 결국 문화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속한 조직의 마인드셋을 점검하고 싶다면 "누가 가장 똑똑한가"가 아니라 "우리는 함께 배우고 있는가"를 자문해보라고 조언한다. 한두 명의 탁월한 인재에 의존하는 조직은 필연적으로 실수와 실패를 감추는 분위기를 만든다. 반면 학습과 성장을 중시하는 조직은 구성원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과정 자체를 성과의 일부로 본다. 실수와 실패마저 성장의 자산으로 삼을 때, 조직은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책은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협력, 혁신, 위험 감수, 정직성, 그리고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등 다양한 차원에서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각 사례는 성과의 이면에 자리한 문화적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배우는 조직'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대표적으로 3M은 근무 시간의 15%를 개인적 관심사에 활용하도록 한 '15% 타임'을 통해 포스트잇(Post-it)이라는 혁신적 제품을 탄생시켰다. 셸(Shell)은 전 직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골 제로(Goal Zero·사망사고 0건)'를 달성했다. 당장의 성과보다 개선 가능성을 믿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였다.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어떻게 창의적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는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전한 아이디어'만 내놓는 조직이었다. 그 결과 스마트폰 등 신기술 시장 진입이 늦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 마인드셋을 받아들인 뒤 상황은 달라졌다. 챗봇 '테이(Tay)'의 실패를 교훈 삼아 끊임없는 시도와 학습을 이어간 끝에, 결국 소비자용 인공지능(AI) 시장을 선도하는 챗봇 '빙(Bing)'을 탄생시켰다. 이 사례는 실패를 숨기지 않고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문화가 어떻게 혁신을 이끌어내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책에 담긴 다양한 조직문화 변화 사례가 전하는 교훈은 단순하다. 결국 모든 순간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성과 평가 앞에서 자책할 것인가, 아니면 부족한 점을 메워갈 것인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두려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실력을 증명할 기회로 삼을 것인가. ▲비판을 들었을 때 비난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 속에서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타인의 성공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무능을 탓할 것인가, 아니면 기꺼이 축하하며 그가 걸어온 과정을 배울 것인가.


[이 책 어때]빛바랜 '천재문화'...함께해야 조직이 빛 본다

이 질문들은 성장하는 조직과 정체된 조직을 가르는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치열한 경쟁보다 실수를 기꺼이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다. 그러나 그런 문화가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현실을 떠올리면, 뒷맛이 다소 씁쓸하다. 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개념적 논의가 많아 직관적으로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가,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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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컬처 | 메리 머피 지음 |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480쪽 | 2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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