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 고려"…2030은 70%
성과 기반 파격 인센티브 필요…정부, 세제혜택 실효성 높여야
中, '원사'에 금전 보상+사회적 권위…단기 연구 평가·배분적 투자 지양
우주항공·방위, 안전장치 후 개방·상용화…민간 혁신·산업 파급력 함께 높여야
과학기술(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금전적 보상체계 혁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배분하듯 이뤄진 연구개발(R&D) 투자의 실효성을 높이고 방위 등 전략기술 개방을 통해 혁신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젊은 이공계 10명 중 7명 "해외 이직 고려"…유출 가속화 조짐
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최준·정선영·안병탁·윤용준)'에 따르면 국내외 이공계 인력 2700여명 중 국내 근무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현재 구체적으로 해외 이직 계획을 수립한 인력 역시 5.9%였다. 특히 20~30대의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최준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이 미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2010년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5년 이후로는 바이오·ICT 분야를 중심으로 순유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연봉 수준 등 금전적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근무 연수별로 국내외 평균 연봉의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해외 연봉이 국내보다 약 2배 높았다. 연구 생태계·네트워크(61.1%), 경력 기회 보장(48.8%) 등 비금전적 요인도 적지 않은 비중을 보였다.
성과 중심 보상체계로 전환 필요…세제 혜택은 여전히 제한적
최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금전적 보상체계(인센티브 구조) 혁신 ▲R&D 투자 확대 및 실효성 강화 ▲기술창업 기반 강화와 우주항공·방위산업 등 전략기술 활용을 통한 혁신 생태계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과에 기반한 유연한 임금·보상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인적 투자 세액공제 실효성을 높이고, 핵심 인력에 대한 소득세 감면 확대 등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정부는 통합투자세액공제를 중심으로 유형자본 투자에는 폭넓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인적자본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의 범위와 강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최 과장은 "대표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에 근거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경우 설비투자(유형자본)에 대해선 광범위한 업종과 자산에 대해 높은 수준의 공제율이 적용되나, 인적자본에 대해서는 '투자'보다 '인건비 지출'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 지원 범위가 제한적"이라며 "제도가 제조업·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돼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활용 역시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또 "공제 기준 역시 지출액(비용) 중심으로 설계돼 생산성 향상이나 숙련도 제1고 등과의 연계성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中은 '원사'로 권위 부여…"보상·자율성 함께 줘야"
이공계 분야 석학 인터뷰에선 우수 연구자에게 높은 수준의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 설계에 참여할 권한과 연구원 채용·연구비 집행 등 연구 활동 전반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에선 학계·산업계의 추천을 받아 선발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 인재를 '원사(院士)'로 지칭, 높은 수준의 금전적 보상과 연구비를 우선 지원하며 국가 과학기술 정책 자문, 연구기관 인사·운영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 과장은 "요는 금전 보상뿐 아니라 사회적인 권위, 명예 역시 부여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환경에선 우선)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0~40대 핵심 연구인력과 석사급 실무 연구자가 국내에서도 장기적·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 경로를 정비하고, 해외 연구자와의 교류 강화 및 첨단 인프라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 성과를 단기간에 평가하거나 R&D 예산을 '배분하듯' 집행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해외 경험 인력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조직 운영 구조와 유인 체계겸임·정년 연장 등을 마련해 경험과 역량을 갖춘 석학들이 국내 생태계로 환류되는 '인재 순환형'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략기술, 민간 개방으로 혁신 생태계 확장해야…정년 이후 연구 지속할 제도 필요
불가피하게 실패한 창업자의 재도전 기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최 과장은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 회수 메커니즘을 강화해 투자수익 실현을 촉진해야 한다"며 "정부가 첨단산업 초기 수요자로 나서서 기술 검증과 시장 형성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주항공, 방산 등 안보상 전략기술 분야도 제도적 안전장치 아래 개방·상용화 경로를 마련, 민간 혁신과 산업 파급력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과장은 "이들 프런티어 기술은 그동안 안보상의 이유로 정부가 독점적으로 관리해 온 영역으로, 기술의 민간 이전과 상용화가 제한적이었다"며 "이런 전략 기술도 철저한 제도적 안전장치와 기술 보호 체계가 갖춰진다는 전제 아래, 민간 스타트업과 이공계 인력이 R&D 단계부터 단계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넓어진다면 혁신적 응용기술이 상용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국방 기술을 민간에 점진적으로 개방해 시장 접근성을 높였고,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고위험·원천 기술을 개발 초기부터 민간과 협력해 상용화 경로를 제도화해 왔다. 최 과장은 "이런 해외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전략 기술을 단순히 정부가 '보유'하는 데서 나아가, 엄격한 보안과 기술관리 체계하에 민간의 접근성을 점차 허용해 가는 모델을 중장기적 시계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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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최 과장은 "정년 이후에도 우수 인재가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으로 인해 60세가 넘은 석학들이 박사 지도조차 하기 어렵고, 해외에서 파격적 제안을 받으면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현상은 국가적 손실이므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와 포스텍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했다. 이는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 성과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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