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카르테 스타트투그룹 아시아 대표 인터뷰
"한국서 성공한 제품, 아시아 전역에 빠르게 확산"
AI·기후테크·생명과학 3대 전략 분야 집중
글로벌 액셀러레이터(AC) 스타트투그룹(Start2Group)이 아시아 혁신 생태계의 거점으로 한국을 꼽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전략을 강조했다. 클라우스 카르테(Claus Karthe) 스타트투그룹 아시아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목표 시장, 규제 환경, 파트너십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스타트투그룹은 17년간 누적 6000여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했고, 매년 약 800개 스타트업이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2개의 독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탄생했다. 현재 유럽, 미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21개국 15개 글로벌 지사에 13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1300명 이상의 전문가 멘토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올해는 한국 법인 설립과 함께, 한국무역협회·벤처기업협회·카이스트 글로벌사업화센터·국내 VC(벤처캐피털)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플릭스버스·셀로니스 배출…카르테 대표 "나도 창업자 출신"
스타트투그룹은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의 대표 스타트업 글로벌 육성 프로그램인 '저먼 액셀러레이터'의 운영기관이다. 2012년부터 운영된 이 프로그램엔 총 16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참여했고, 합계 167억달러(약 24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 등 성과를 냈다.
특히 카르테 대표는 2019년부터 스타트투그룹 아시아 대표를 맡아 독일 스타트업의 아시아 진출 프로그램을 설계·운영 중이다. 그는 "핀란드 노키아에서 12년가량 근무한 뒤 스위스 IMD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치고 필리핀에서 첫 창업을 했다"며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7개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지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VC 1MX의 파트너이자 마닐라 엔젤 투자자 네트워크 공동 설립자로도 활동 중이다.
클라우스 카르테 스타트투그룹 아시아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은 아시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된다"며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시장 진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투그룹
그는 "스타트투그룹은 스타트업의 첫 시장 진입부터 시제품 검증, 투자 유치까지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며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정부를 상대로는 정책 자문과 생태계 조성 지원도 병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은 문제 해결이 필요한 영역으로 흐른다"며 "2000만건이 넘는 내부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현재 어떤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지, 벤처캐피털(VC) 자금이 어떤 영역으로 흐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플릭스버스와 셀로니스는 스타트투그룹 지원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플릭스버스는 각 도시의 버스회사를 원거리 이동 고객과 연결하는 교통 네트워크 회사다.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설립 13년 만에 전 세계 5600개 이상의 도시를 연결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났다. 2023년 한 해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은 8100만명에 달한다.
데이터 처리 기업 셀로니스는 독일의 첫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했다. 기업 업무 과정을 최적화하는 '프로세스 마이닝 기술'을 통해 글로벌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공략 중이며, 현재 매출 규모는 약 5000억원에 이른다.
카르테 대표는 "현재 AI, 기후테크, 생명과학 등 신산업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며 "AI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제조·물류 최적화, 헬스케어, 생성형AI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해외 진출 노려야"
카르테 대표는 한국에 대해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시장"이라며 "탄탄한 제조 기반과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등 주요 산업이 이미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99%에 달하는 스마트폰 보급률은 한국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검증하기에 이상적인 시장으로 만든다"며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은 아시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스타트투그룹은 2020년부터 국내에서 '저먼 액셀러레이터 한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독일 스타트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돕고,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도 지원한다.
국내 스마트팜 스타트업 도시농사꾼이 '큐브팜' 시스템을 폴란드 푸드뱅크에 성공적으로 수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바이오테크 기업 엔파티클은 스위스의 글로벌 유통기업 DKSH그룹과 현재 인수합병(M&A) 방안을 논의 중이다. 2023 RESI 콘퍼런스에서 수상한 에이블랩스도 스타트투그룹의 지원 프로그램을 거쳐 성장했다.
카르테 대표는 "제품 개발이 끝난 후 해외 진출을 고려하기보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아이디어의 참신함이나 기술 혁신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 시장의 규제, 문화, 소비자 행동에 기반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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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진출의 속도도 강조했다. 그는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빠르게 진입한 스타트업일수록 브랜딩과 점유율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한다"며 "경우에 따라 해외 수요가 국내 수요를 넘어서는 사례도 있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제품 및 마케팅 자료, 이용 환경, 투자자·영업 관련 자료 등을 영어로 준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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