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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보이지 않는 원소가 뒤흔드는 美·中 관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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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독점국 中 수출 제한 발표
美·中 무역전쟁 새 변수로 떠올라
트럼프, 협상력 약화 자각할수도

[SCMP 칼럼]보이지 않는 원소가 뒤흔드는 美·中 관세전쟁 데이비드 도드웰 스트래티직 액세스 CEO.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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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에 항상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가. 인텔은 자사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컴퓨터의 핵심에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필수적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오늘날의 모든 컴퓨터에는 또 다른 눈에 띄는 스티커가 붙어있어야 할 것이다. '희토류 원소 함유(Rare earth elements inside)'라는 문구 말이다. 이는 전기차, 풍력 터빈, 드론, 제트 엔진, 레이더 시스템, 정밀유도폭탄, 토마호크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전자레인지부터 스마트폰 이어폰까지 일상 용품은 말할 것도 없다.


말레이시아 반도체산업협회의 앤드루 챈 이사는 17종의 발음하기도 어려운 희토류 원소들을 "현대 기술의 숨겨진 중추이자 에너지, 인공지능(AI), 국방의 미래를 형성하는 지정학적 도구"라고 부른다. 이 희토류들은 사실 희귀한 것은 아니지만, 정제 과정이 지옥이라 불릴 만큼 어렵다.


최근 미·중 무역 협상에서 갑작스러운 소동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희토류와 그 중요성,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사실을 알던 소수조차도 희토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관세 전쟁을 뒤흔들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나, 중국의 수출 제한 위협이 미국의 우위를 약화하고 심지어 미국의 방위 산업과 국가 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동맹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이후 네 차례에 걸친 미·중 무역 협상은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협상 타결을 위한 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세심하게 조율된 것처럼 보였다.


미·중 정상회담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중국이 해외의 첨단 기술, 이중용도 및 방위산업을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한 사건은 미·중 간의 고위급 협상장에서 벌어지는 날조, 협박, 허세의 단면을 드러내는 드물고도 부정적인 통찰을 제공했다.


사태 악화의 초기 조짐은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다른 나라들로의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려는 계획은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일"이라며 "중국의 극단적인 무역 적대감은 전혀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선견지명을 과시하길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항상 그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내 말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그는 약간의 허세를 섞어 "그들이 독점한 원소마다 우리는 두 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주요 협상 실무자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희토류 관련 발표에 대해 미국 협상단은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논쟁에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신호이며 그들은 다른 나라들을 함께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지금 경기 침체·불황의 한 가운데 있으며, 수출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기사에서는 희토류 사안이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미국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이 약 두 달 전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리 대표는 최근 전개된 중국의 여러 공격 노선을 예고했으며, 매우 흥분된 상태에서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미국은 '지옥불'을 보게 될 것이라며 공격적으로 발언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주 미국 협상단의 지속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의 유일한 대응은 상무부에서만 나왔다. 이는 협상 과정에서 극적인 요소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답답한 일일 수 있다. 또한 다른 정상들과의 협상에서 효과적이었던 특유의 허세 전략이 중국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그 사이 중국 측은 미국이 한편으로는 협상에 참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기업들을 미국산 첨단 제품 구매를 금지하는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하는 등 계속해서 제재를 강화하는 이중적 태도에 점점 더 불만을 쌓아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냈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대화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중국과의 올바른 소통 방식이 아니다."


최근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이트륨과 같은 희토류의 중요성이 드러난 것은 세계 경제력의 보이지 않는 이동을 보여주는 시의적절한 통찰이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번 미·중 무역 마찰의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APEC 정상회담이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 회담이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가져올지, 아니면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의 당혹스럽고 파괴적인 충돌로 끝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필자는 미·중 정상회담이 결국 열릴 것으로 본다. 그들이 직면한 핵심 쟁점들에 대한 혼란이 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협상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힘은 여러 형태로, 때로는 보잘것없는 희토류 같은 존재에서도 비롯될 수 있음을 배웠을 것이다.


데이비드 도드웰 스트래티직 액세스 최고경영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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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Trump may be realising he has less leverage over China than he thought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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