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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서울의 집값, 꿈을 가로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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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상징' 아파트값 고공행진
부동산 중심 자산구조 상승 부추겨
결혼·육아기 청년 주거 마련 난관
젊은 세대도 진입 가능한 시장을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서울의 집값, 꿈을 가로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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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필라델피아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창문 밖으로 뉴욕 맨해튼 빌딩 숲이 지나갔다. 여러 번 다녀서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들르지 못했다. 필라델피아에는 기차로 75분 후에 도착했다. 뉴욕에 들르지 못한 이유는 하나다. 하룻밤 숙박비가 최소 400달러라 그랬다. 너무 비쌌다. 그 값이면 필라델피아에 2박을 머물 수 있다. 다른 물가 역시 훨씬 싸다. 그러면서도 볼거리도 많고 역사적 경관도 잘 관리되어 있고 산책하기에도 좋다.


필라델피아에 머물며 그곳 주민들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뉴욕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이사 온 사람들이 많은데, 저렴한 생활비가 이유라고들 했다. 특히 집값에서 차이가 크다고들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 격차는 충격적이었다.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거의 반값, 주택 매매가는 5분의 1 수준이었다. 필라델피아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아이와 함께 다니는 가족을 자주 보게 된다. 학교도 많았다. 도시 공간 속에 어린아이를 둔 젊은 가족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사례를 서울과 어떻게 연관 지어 볼 수 있을까. 이 두 도시는 수도가 아니며, 서울만큼 압도적 영향력이 있지 않다. 역사적 배경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지만 2025년 10월 현재,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물가 문제는 서울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주거비와 가족을 꾸리기 시작하는 30대 거주 문제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 크게 놓고 보면 서울의 주거비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는 오늘날은 물론 앞으로도 서울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직접적 이유가 된다.


20대에게 서울은 세계 여느 도시와 견주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 작고 오래된 원룸이나 고시원 등이 많지만 월세 수준만 놓고 보면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하고, 대중교통과 치안이 매우 좋아서 어느 동네에 살아도 크게 차이가 없다. 전통적으로 대학생이 많고 지역에서 올라온 젊은 직장인도 많아서 20대가 비교적 편하게 살 수 있는 도시다.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이른바 핫플레이스의 주 고객층이 20대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서울의 집값, 꿈을 가로막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30대가 되면 보통 결혼도 하고 아이를 키우게 된다. 더 원룸에 살 수 없다. 큰집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선택의 범위에 한계가 등장한다. 대체로 저렴한 집들은 오늘날 기준으로 볼 때 편안하게 가족을 꾸리기에 한계가 있다. 당분간은 견딜 수 있지만 거의 모든 30~40대 젊은 가족들의 꿈은 더 넓고 살기 편한 아파트로 향한다. 아파트에 대한 심리적 기대, 이른바 '성공한 가족'이라는 사회적 이미지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아파트가 너무 비싸다. 꿈을 이루기가 절대 쉽지 않다. 주거비 부담 능력 파악을 위해 자주 인용하는 통계는 연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이다. 주택 구입을 위해 몇 년치 연봉이 필요한가 하는 비율이다. 세계 여러 도시와 비교하면 서울의 주거비 부담 능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서울은 13년이다. 13년 동안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비싸기로 악명 높은 뉴욕은 10년이다. 필라델피아는 약 4년이다.


정확한 비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각 도시 한복판 주택가의 일반적인 크기, 즉 방 세 개를 갖춘 아파트 가격 비교는 흥미롭다. 서울 종로구 교남동의 아파트값은 25억원 내외다.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는 비슷한 가격인 200만달러짜리 집이 꽤 있다. 필라델피아센터시티에는 그 가격대 이하의 집도 많다. 집값은 비슷하지만 2024년 서울 가구당 평균 연봉이 낮아서 부담은 훨씬 크다.


50~60대는 오랫동안 일을 해와서 재산도 꽤 축적했고, 자녀 양육도 거의 끝나 부담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서울, 뉴욕, 필라델피아의 사정이 거의 다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전 재산에서 주택 비율이 훨씬 높다. 아파트는 주거 수단이면서 동시에 투자수단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부동산가격 상승은 경제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부동산값이 오르길 기대하거나 최소한 유지하기를 바란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주거비 부담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법이 있을까? 경제 이론에 따라 주택 공급을 통해 가격 상승을 멈추는 방법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지만 수요가 많으면 공급은 별 효과가 없다. 뉴욕이 바로 그렇다. 2010년대부터 맨해튼 중심으로 아파트를 계속 지었지만, 부유층을 위한 고급 아파트 비중이 높아 일반 뉴욕 시민들을 위한 시장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는 일반 시민이 살 수 있는 집 중심으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뉴욕처럼 국제적으로 유명하고 세계부유층에 매력적인 도시가 아니라서 그런지 부동산 시장은 일반인 중심으로 형성된다. 경제성장률이 높지도 않아 인구가 많이 늘어나는 편도 아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은 일반인을 위해 형성되어 있다.


필라델피아에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장점이 있다. 1950년대부터 이루어진 도시 재생 사업이 역사 보존과 소규모 신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오래된 집은 보존하되 상태가 좋지 않은 집은 철거하고 신축하면서 시내 한복판에 독특한 도시 경관이 만들어졌다. 뉴욕과 달리 큰 아파트보다 연립 주택이 많아서 가능했다. 물론 큰 대지에 고층 아파트를 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대 임대주택부터 가족을 만들기 시작한 30대, 고령층까지 각자 능력에 맞는 집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을 꾸릴 편안한 아파트에 대한 꿈을 많은 이가 품고 있지만 젊은 세대가 지닌 경제적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 오늘날 서울의 현실이다. 아파트를 많이 짓는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며, 젊은 세대의 생각과 기대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해법은 비싼 아파트가 아닌 가족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신축 주택의 공급이다. 서울에는 그런 시장도 거의 없고, 그럴 만한 집도 적다. 서울에서 가족을 꾸리고 싶은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경제적 부담으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서울의 미래가 될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주택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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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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