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대물림 할증과세 유명무실
최기상 의원 "제도 보완 필요"
조부모가 부모를 거치지 않고 손주에게 물려준 재산이 최근 5년간 3조8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를 건너뛴 증여의 3분의 2가량은 초등학교 졸업 전인 만 12세 전에 이뤄졌다.
4일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증여는 모두 7만8813건에 증여가액이 8조2775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어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는 세대 생략 증여는 2만8084건에 3조8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대 생략 증여의 1건당 평균 금액은 1억4000만원으로, 미성년자 일반 증여 1건당 평균 9000만원보다 높았다. 최 의원실은 이와 관련해 "세대 생략 증여가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더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성년 세대 생략 증여의 66%가 만 12세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만 6세 이하 취학 전 아동이 조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금액은 1조2225억원으로 전체의 31.9%였고, 초등학생 연령대인 만 7~12세의 세대 생략 증여도 1조3049억원으로 34.1%에 달했다.
세대 생략 증여가 많은 이유는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어 증여할 경우 자녀 세대에서 손주 세대로 증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상속세및증여세법' 개정 등을 통해 세대 생략 증여에 30%를 할증해 과세하고, 미성년자가 20억원을 초과해 증여받으면 40%를 할증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할증과세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 세대 생략 증여의 실효세율은 최근 5년간 평균 18.6%로 미성년자 일반 증여 실효세율 15.2%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재산을 여러 명의 자녀와 손주들에게 분산 증여하면 기본공제 대상이 늘어나고, 수증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20억원 이하로 증여하면 추가 할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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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은 "부의 대물림과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미성년자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해 할증을 하고 있지만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세대 생략 증여 할증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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