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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의존증, 끊을 수 없다면 위험성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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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의사가 나누는 의존증 이야기
"'고통 완화'에서 시작된 중독, 위해성 감소가 해법"

[빵 굽는 타자기]의존증, 끊을 수 없다면 위험성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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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안 먹으면 잠을 못 잤다. 거의 의존증 수준이었다."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 기안84가 최근 유튜브에서 과거 공황장애와 심각한 알코올 의존을 겪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강박적으로 술을 끊으려는 시도는 해결책이 아니었다. 대신 그는 '달리기'를 고통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삼았다. "러닝 거리가 늘어날수록 술이 줄더라. 예전에는 도파민을 술자리에서만 얻었는데, 지금은 달리기로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에 기대어 살아간다. 문제는 순간의 안도감을 얻기 위해 술, 담배, 약물, 게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다. 일부 현대인은 일상과 건강에 악영향을 알면서도 탐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신간 '우리가 기댄 모든 것'은 일본 정신과 의사 마쓰모토 도시히코와 문학 연구자 요코미치 마코토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기존의 중독 관련 증언이 대부분 문제에서 일정 부분 벗어난 '준비된 당사자'의 목소리였다면, 이 책은 쉽게 들을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의 목소리를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전한다.


도시히코는 여전히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고, 마코토는 18세부터 40대 중반까지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30일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마코토는 초등학교 시절의 병적 도벽에서 시작해 성 중독, 과식, 알코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독 경험을 고백한다. 마흔에 접어들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도 받았다. 그는 "고통에서 벗어나려 할 때마다 의존 문제가 늘 가까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쾌감이라면 질리겠지만, 고통의 완화는 질리지 않는다." 도시히코는 의존의 본질을 '쾌락 추구'가 아니라 '고통 완화'로 본다. 아찔한 쾌감을 위해 약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고통이 그 순간만큼은 사라지기 때문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자해나 털뽑기장애처럼 겉보기에 쾌감과 거리가 먼 행위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진정한 치료와 회복의 핵심은 단순한 금주나 단절이 아니라, 당사자가 고립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더 나은 삶을 배우는 데 있다.


회복의 열쇠는 '위해성 감소' 전략이다. 중독 자체를 뿌리 뽑기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사회,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방식이다. 스위스에서는 약물 사용자에게 깨끗한 주사기를 무상으로 배포하고, 안전한 주사실을 운영하며, 해가 적은 대체 약물을 투여한다. 영국에는 알코올 의존 노숙인에게 영양 식사와 함께 소량의 알코올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주변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너무 가깝지 않은 유대'가 필요하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에서는 오히려 내밀한 문제를 나누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이나 약물을 끊었는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마코토는 다양한 '자조 모임'을 직접 주관하며 동료들과의 연결을 이어가고 있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 약물중독자들(NA), 민간 재활 시설 다르크(DARC), 그리고 가족을 위한 알아넌(Al-Anon) 등이 그 예다.


도시히코는 강조한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금주라는 치료 목표를 내세우면 환자가 치료 현장을 떠날 위험이 있다. 환자가 술을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싶다'고 말하고, 실제로 마셨을 때 '마셨다'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의존증 치료는 불가능하다." 우리 각자가 고통을 완화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사회, 그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진정한 회복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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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댄 모든 것|마쓰모토 도시히코·요코미치 마코토 지음송태욱 옮김김영사304쪽1만8800원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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