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한-OECD 국제재정포럼 개최
'AI와 재정 정책의 역할' 주제로 논의
에스토니아·프랑스 등 각국 사례 공유
데이터 통합, 공유 등 조언도 이어져
"韓 정부 집중하는 영역은 피지컬 AI"
"인공지능(AI)은 도구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보다 (예측 능력이) 못 하다. 하지만 데이터가 주어지면 많은 전문가를 대체하는 건 분명하다."
이연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정경제정책지능연구센터장은 26일 서울 서초구 소재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13회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재정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센터장은 디지털 트윈(현실과 유사한 가상 공간을 구현한 모형)에서 재정 과제를 실행,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피지컬 AI를 통해 재정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연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정경제정책지능연구센터장이 26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13회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재정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평화 기자
국제재정포럼은 기획재정부가 주최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OECD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2009년부터 서울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열리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프랑스, 영국, 에스토니아 등 주요 국가와 OECD 재정 분야 전문가가 모여 'AI와 재정 정책의 역할'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퍼셉션 AI에서 피지컬 AI로 진화…"지속 가능한 재정 정책 가능"
세션 1 발표자인 이 센터장은 "(기재부와) 작년에 실시간 세수 추계 연구를 시작해 같이 일하고 있다"며 "지난 3~4년 동안 수십조원의 세수 추계 오차를 겪었고, 정확한 세수 추계 없이는 재정 정책을 신뢰성 있게 수립하는 게 어렵기에 예측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목하는 것은 법인세"라며 "기업 실적과 경기 사이클에 따라 (세수) 오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인세 예측에 특화한 AI 모델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세수 예측이라는 재정 관련 도메인 자체가 주기가 길어 예측 정확도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AI 기법을 통해 지속해서 성능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좀더 적시성 있는 데이터, 고빈도 미시 데이터를 활용하려 한다"고 했다. 또 "예측 성능을 개선하는 데는 결국 적시성 있는 데이터를 입수하는 파이프라인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선 ▲퍼셉션 AI ▲제너러티브 AI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재정 데이터 인식과 이상을 탐지하는 퍼셉션 AI를 시작으로 실질 재정 문제를 현실과 유사한 디지털 트윈에서 구현, 현실 문제를 돕는 피지컬 AI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 정책을 계획, 실행한 뒤 피드백을 통해 신속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에스토니아, 프랑스 재정 당국도 이 자리에서 각국의 AI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스벤 키르시푸 에스토니아 재무부 예산 담당 차관보는 "예산 편성 프로세스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메타 분석을 통해 기존 분석을 다시 한 뒤 데이터를 생성해 예산 효율성 제안을 하는 식으로, 수백 페이지의 정책 분석을 하는 작업을 거쳐 예산을 감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정부 내에서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빅투아 다에르 프랑스 재무부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총괄은 "프랑스는 여러 프로젝트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신고하지 않은 재산세 내역을 찾아내 세수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차년도 세수 예측에 있어 이익분을 AI로 예측할 수도 있었다"며 "AI 덕분에 세수 증가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납세와 관련해 예측을 하기도 한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션 1 발표 뒤 이뤄진 토론에서는 재정 당국을 상대로 한 과제와 조언이 여럿 나왔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모든 정부 데이터는 (익명화한 후) 모두 공공에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매년 재정 모니터링을 하는데, 한국은 39개 회원국과 달리 중앙정부 범위 안에 지방정부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거버넌스 사이에 사일로(칸막이) 문제가 극복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 없는 재정 데이터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권성준 한국조세연구원 세수추계센터장은 "재정 효율성과 세수 추계 정확성을 높이려면 다양한 데이터를 정제하고 통합하는 통합 데이터 저장소가 필요하다"며 "이런 목적을 위해 관련 기관 간 협력뿐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기관에서 생산되는 데이터가 분산돼 있어 수집,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며 "특히 세수 예측에서는 국세청의 세무 데이터가 핵심적인 만큼 예측 기관이 이를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英 "10대 정책 과제로 AI 추진 활발"…韓 "AI 투자는 재정 건정성 회복 수단"
세션 2에서는 '투자와 재정 정책의 역할' 주제로 AI 관련 공공 투자 방향과 AI 산업 생태계 조성,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재정 정책 역할 등의 발표가 연이어 열렸다. 미국과 영국, 한국 전문가들이 첨단 산업과 국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AI 투자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둬야 할지 논의하고 글로벌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도 있었다.
발표자인 스튜어트 글래스버로우 영국 재무부 성장 담당 국장은 "정부 수준의 액션 플랜이 있고 공공, 민간 부문에서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실행되고 있다"며 "정부가 많이 투자하면서 여러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는 이런 부분들이 세수 기반과 노동 시장, 금융 서비스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 있다"며 "어떻게 코디네이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10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총리와 부총리가 애착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김건민 기재부 정보통신예산과장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집중하는 영역은 피지컬 AI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제조업은 디지털화를 겪고 있고 AI를 포용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LLM과 자율주행차 산업을 주도할 수 없겠지만 제조업 AI는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과장은 "(AI 관련) 정부 지출은 재정 건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성공하면 경제 성장과 재정 건전성이 따라올 것이고 이게 진정한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