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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재개 때 '코리아 패싱' 우려"[美싱크탱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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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하노이 회담' 실패 남한 탓
김정은·트럼프 모두 韓중시 않을 듯
높아진 北 위상…비핵화 협의는 어려울 것

"북미 대화 재개 때 '코리아 패싱' 우려"[美싱크탱크를 만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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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가 북미 대화 재개 시 한국이 외교·안보 논의에서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 과정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당한 '패싱' 굴욕을 한국도 맛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 석좌는 지난 9일(현지시간) CSIS 회의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미북 대화가 재개된다면 한국이 거기 참여하고 싶어할텐데 북한에서 한국이 끼는 걸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동서센터의 한미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됐다.

"북미 대화 재개 때 '코리아 패싱' 우려"[美싱크탱크를 만나다] 지난 9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만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워싱턴DC=차민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차 석좌는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트럼프와의 딜이 쉽다는 잘못된 인상을 (문 전 대통령이) 줬다면서 하노이 회담의 실패 원인을 한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고, 이는 북한 지도자에게 큰 굴욕이 됐다. 북한은 한국을 논의에서 뺐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듯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거래'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차 석좌는 "트럼프도 김정은과 관계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한국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며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미국이 그렇게 한국을 빼놓고 하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과연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라며 "젤렌스키 때처럼 '북한과 합의서 만들어 왔다, 사인만 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 체결에 있어 미국, 북한, 중국만 하면 된다고 상대편에서 주장하면 이에 응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협상 조건은 과거 베트남에서 열린 하노이 회담 때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자리 잡은 데다, 러시아, 중국 등과의 관계 개선으로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 할 유인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한미 목표는 북한의 핵 폐기이지만, 실제로는 핵 군축 등 '스몰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차 석좌는 "미국은 비핵화라는 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지만, 북학은 이미 50개가 넘는 핵무기 보유하고 있고 40개 이상의 핵을 만들 수 있는 재료도 있다"며 "이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다시 협상한다면 위협을 낮추는 수준이나 통제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만약 미국과 북한이 위협 감축이라든지 스몰딜을 한다면 지금 '노딜'보다는 스몰딜을 통해 위협이 줄어드는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것(스몰딜 등)이 한국의 핵무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 거 같다. 오히려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고 하면 (한국의) 핵무장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미 대화 재개 때 '코리아 패싱' 우려"[美싱크탱크를 만나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허드슨연구소에서 만난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 의장.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의장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스몰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평화협정 같은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사실 북한이 원하는 건 '우린 작은 국가이고, 주변 국가들의 위협이 있으니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하고, 핵을 보유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받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도 한 체제 지도자이고, 결국 이것은 개인적 친분이나 관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구조적 목표나 전략 같은 것을 따라가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과 북한의 구조적 목표가 다 달라 진정한 의미의 평화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랑 문재인 정부 시절 때도 똑같았다"며 "김정은은 한미가 제공하는 자잘한 것들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수십 년간 엄청나게 핵 투자를 해왔고 본인들의 핵 파워를 원한다. 사실 그런 시설도 가진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하는 것들이 만족스러울 것이냐를 묻는다면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하는 게 잘못됐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는 김정은이 만족하거나 신경 쓰거나 그럴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북미 대화 재개 때 '코리아 패싱' 우려"[美싱크탱크를 만나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스팀슨센터에서 만난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38노스 소장 겸 선임연구원(오른쪽)과 마틴 윌리암스 선임 연구원.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 북한의 구미가 당길 만한 '아젠다'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38노스 소장 겸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어떤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며 "북미 관계도 북한-미국 간 관계로만 정립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들의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령 푸틴-트럼프 관계가 어떻게 발전돼서 이게 어떻게 북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이런 것들을 같이 살펴봐야 한다"며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북미 관계에서 중요하다 생각이 되고, (북한이) 비핵화 얘기는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작년부터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 중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역시 지난 7월 북러 관계를 '굳건한 형제 관계'에 빗대 표현했다.


차 석좌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굉장히 가까워진 게 한국, 미국, 일본 입장에선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할 때는 중국이 레버리지 역할을 해서 비핵화 도움 주길 바랐지만 그렇게 안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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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중국이 영향력이 있던 시절에는 자국을 위해서 북한의 행동에 규제를 하고, 예를 들어 7차 핵실험을 하지 마라, 일본 위로 미사일 쏘지 말라 이렇게 규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반면 러시아가 원하는 건 북한에서 무기를 얻거나 병력 지원, 필요하면 돈으로 사 오는 것으로, 북한이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거나 관심 갖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DC=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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