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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예산은 거리에서 결정한다"…고강도 긴축에 佛타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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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반대·총 파업 대규모 가두시위
교통·교육·보건 등 공공서비스 방어
복지축소·반대 부유세 등 강화 촉구

[글로벌 포커스]"예산은 거리에서 결정한다"…고강도 긴축에 佛타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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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민심)가 예산을 결정해야 한다(Le budget va se decider dans la rue)."


프랑스 강성노조 노동총연맹(CGT)의 소피 비네 위원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같이 말하며 긴축 재정 정책의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신임 총리도 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최대 노총인 민주노동총연맹(CFDT)의 마릴리즈 레옹 위원장도 파리 집회에서 "오늘 우리는 정부에 매우 분명한 경고를 보낸다. 긴축 재정이 불가피하다 해도 그 부담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포커스]"예산은 거리에서 결정한다"…고강도 긴축에 佛타는 민심 AFP연합뉴스

예산 삭감안 내놓은 총리 불신임…전국적 시위·파업 잇따라

프랑스 민심이 폭발했다. 프랑스 정부의 강도 높은 긴축 재정 방침에 그간 누적돼온 시민들의 불만이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분출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재정 긴축 반대 총파업과 대규모 가두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됐다. 교통·교육·보건·약국 등 공공서비스가 흔들렸고, 학생들이 일부 고교를 봉쇄했다. 루브르 박물관 일부 전시실이 문을 닫았고, 에펠탑도 운영을 중단했다.


참가 규모는 노조 추산 100만명, 당국 집계 50만명대로 엇갈렸지만, 새 총리 세바스티앵 르코르뉘가 출범 일주일도 안 돼 민심의 압력에 직면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FT는 전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으나 낭트·리옹 등지에서 국지적 충돌이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글로벌 포커스]"예산은 거리에서 결정한다"…고강도 긴축에 佛타는 민심 신화연합뉴스

노조가 이날 시위에서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고 단호했다. '민심이 예산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리, 즉 민심의 압력으로 예산의 방향을 바꾸게 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낙수효과는 뻥이다' '특권 폐지' '즉시 쥐크만세 도입'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사회보장 재정을 메우자' 등 수많은 피켓에 적힌 구호는 명확했다. 프랑스인의 일부는 정치적 노선 전환과 조세 정의 강화를 원한다는 메시지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노르망디 출신 고고학자 세실리아 라핀은 뉴욕타임스(NYT)에 "지난 총리가 우리에게 부과한 예산은 긴축이었고, 새 총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불안정한 재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수년간 기업 친화 감세로 국가 재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학교와 병원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그는 "긴축은 희망을 주지 않는다. 사회의 균열을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도 했다. 노조·시민단체가 공통으로 요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공공서비스의 방어(의료·교육·교통) ▲복지 축소 반대 ▲부유세·대기업 과세 강화다.


대규모 시위와 파업의 불씨는 전임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가 내놓은 2026년 예산안에서 비롯됐다. 그는 약 440억유로의 지출 삭감을 제시했지만, 민심과 의회의 거센 역풍을 맞아 신임투표에서 패배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곧바로 중도 성향의 측근 르코르뉘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지난 9일 취임한 직후 전임자가 제안했던 공휴일 2일 폐지 방안을 즉시 철회했다. 또한 전직 장관에게 제공되던 경호·전속 비서·전용 운전기사 등 특혜 축소도 발표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지도부가 먼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1666억유로)로 불어난 재정적자에 비하면 상징적 절감에 그칠 전망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럼에도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파리에서 행진한 교정시설 종사자 마튀외 베르티에는 "정부가 고집을 부린다면 그 역시 축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코르뉘는 전임 두 총리가 의회에 의해 축출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난주 정당·노동계 대표들과 연쇄 회동을 거쳐 2026년 예산을 다듬고 있다. 시위 이후 성명에서 그는 "모든 사회 파트너와의 대화를 계속하겠다. 시위대가 제기한 요구는 협의의 핵심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포커스]"예산은 거리에서 결정한다"…고강도 긴축에 佛타는 민심
프랑스 국가부채, 유럽 내 3번째로 높아…사회당은 '쥐크만 세금' 도입 주장

르코르뉘 총리의 첫 고비는 하원 통과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 하원은 절대다수가 없는, 좌파·중도·극우 3개 진영으로 분열돼 있다. 예산안 운명과 정부 운영이 늘 정치적 협상과 타협에 따라 달라진다. 의회 내 의석수가 가장 많은 프랑스 사회당(PS)은 '부자들이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자산이 1억유로(약 1450억원)가 넘는 사람들에게 2%의 세금을 매기자고 제안한 상태다. 시위대 구호로 등장하기도 일명 '쥐크만 세금(Zucman tax)'으로, 프랑스 인구의 약 0.01%에 해당하는 최상위 부유층에 2%의 재산세를 부과해 공공지출 등의 재원으로 삼자는 것이 그 골자다. 이렇게 해야 지금처럼 서민이나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는 '불공평한' 세금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사회당과의 대화를 약속했지만 친기업 기조의 마크롱 노선과 좌파의 증세·완화 요구 사이 조율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디언은 "그러나 어떤 식으로도 다수가 안 나오는 하원 구조에서, 총리가 예산을 통과시키려면 정치적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마냥 현재의 예산 규모를 고수하기엔 프랑스의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2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정치적 불안정과 재정수지 악화, 누적된 부채 등이 그 이유였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평균(약 3.1%)을 크게 웃돌았다. 국가부채는 GDP의 113%를 넘어 유로존에서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많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피치는 "향후 몇 년간 국가부채 안정화를 위한 명확한 시야가 없는 상태"라며 "국가부채가 2024년 GDP의 113.2%에서 2027년에는 12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FT는 예산안이 통과되더라도 국채 금리 상승과 스프레드 확대 등 차입 비용 증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포커스]"예산은 거리에서 결정한다"…고강도 긴축에 佛타는 민심 로이터연합뉴스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예산 갈등을 넘어 정치·사회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마크롱 정부가 실질적 타협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분적 타협 가능성도 제기된다. FT는 르코르뉘 총리가 긴축 기조를 전면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사회당의 증세 요구와 노조의 거센 반발을 고려해 삭감 규모를 크게 완화하거나 일부 항목만 유지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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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가디언은 예산 삭감안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불신임 투표나 내각 붕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불과 일주일 전 바이루 전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으로 퇴진한 만큼 르코르뉘 내각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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