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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공학용 계산기, AI, 그리고 대학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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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환 활용 규범 부재한 대학가
행정·수업·연구 혁신 발빠른 대응을

[정책의 맥]공학용 계산기, AI, 그리고 대학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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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학에서 공학용 계산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 시절 계산기를 모두 다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교수들이 수업이나 숙제, 시험에서 필요하니 구매하라고 권하지도 않았고 오로지 학생이 상황을 보고 필요시 구매해 사용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학용 계산기는 단순 연산을 넘어서 복잡한 수학적·공학적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고, 그 도구는 수업과 숙제 그리고 시험에서도 허용되면서 공학교육도 그 흐름을 수용해 발전했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대학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사용 가능한 인공지능 도구는 점점 늘어나고 우리 생활 속으로도 침투하고 있다. 산업과 경영 등의 영역에서는 과거 디지털 전환(DX)을 한 것과 같이, 최근에는 AI 전환(AX 혹은 AIX: AI transformation)이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아직 과거 방식을 유지하면서 수업과 연구를 수행한다. 과거의 공학용 계산기 시절이 현재의 AI 시절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정확한 규범을 제시하지 못했던 점 등은 현재와 비슷하다. AI가 공학용 계산기에 견줄 바는 아니고 도구 관점에서의 파괴력과 침투력은 훨씬 더 크지만 대학에서의 통일된 AI 사용에 있어서의 준비와 진척은 개별적이고 각자도생인 셈이다.


여기에서 현 정부가 AI에 큰 관심을 가지고 육성하는 만큼 교육과 연구, 대학 행정에서의 사용을 촉진하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좀 추진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개별 학교의 특성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행정 정보시스템 영역, 학생의 학습 영역, 교수의 수업 영역에서 적극적 변화를 유도하도록 말이다. 학생들이 AI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는 동료가 될 수 있도록 활용규칙을 제시해 주자는 것이다. 무비판적 의존, 표절, 데이터 왜곡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분야는 대학 당국이 준비하여 교육하면 된다.


교수의 영역은 더 변화할 것이 많다. 새로운 수업자료의 정리 및 수업 시간 활용 등 교수는 단순 지식의 전달보다는 학생의 전공 분야의 안내자이자 코치로 변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정 중심의 평가보다는 비판적 사고훈련을 도모하기 위해서 챗GPT 허용과 함께 프롬프트를 살펴보고 학생의 사고 과정을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대학당국은 AI 리터러시 교육과 윤리규범의 준비, 융합연구와 혁신의 지원 및 교수와 학생 지원(학생이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AI사용자가 되도록, 그리고 교수들의 수업 및 연구혁신과 행정에서의 최소시간 사용을 도모하도록)에 적극적으로 AI 사용을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AI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계산기'일지 모른다. 대학에서의 AI를 통한 변화 및 혁신은 구성원들의 AI에 대한 이해, 수용 및 활용 태도 그리고 인간과 인간 및 인간과 AI가 할 수 있는 협업방식이 정립되어 있을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AI와 함께 배우고, 검증하고,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교육이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길일 수 있다. 가장 강한 종은 힘이 센 종이 아니라 가장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종이라는 말도 생각난다. 19세기 마차에 의존해서 형성된 영국 내의 모빌리티 시장에서 붉은 깃발 법(Red flag act) 등과 같은 제도가 자동차의 등장을 적극 수용치 못해서 결국은 자동차 산업의 승기를 독일과 미국에 내어준 것도 생각난다. 모두 변화와 혁신을 종용하는 우리 대학가에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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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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