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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맥]약(藥)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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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하나, 수십년 먹거리
규제 풀고 지원 강화할 때

[산업의 맥]약(藥)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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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에서 의약품은 공기처럼 익숙하다.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복용하고, 당뇨나 고혈압 환자는 매일같이 약을 챙긴다. 약은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약을 환자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약의 의미를 바꿔놓았다. 백신과 치료제 확보가 국가의 생존과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중차대한 문제로 변했다. 약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이라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의약품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선정한 10대 의약품에는 페니실린·아스피린·마취제·소염진통제·백신 등이 있다. 이들 약은 대부분 19세기 이후에 발명되었다. 요즈음 마취제없이 수술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19세기에 마취제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의사가 환자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킨 상태에서 수술을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수술을 빨리 마치는 의사가 명의였다. 수술이 잘 되었다 하더라도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감염을 막기 어려워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지금은 당연히 쓰이는 이러한 약들이 없는 세상은 참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약은 단순 소비재 아닌 전략 자산

약은 이처럼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존재다. 그럼에도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약을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약값을 줄이는 것이 곧 선(善)이라는 인식이다. 물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약을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이익을 돌려주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고혈압·당뇨병 치료제 등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동시에 합병증을 예방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약물치료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중증질환 발생을 줄여 의료비의 20~30%를 절감한다. 항암제는 생명 연장을 넘어, 환자가 가정과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어가며 사회적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제적으로도 약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및 배터리와 함께 '3대 미래 전략산업'으로 꼽힌다. 신약 하나가 탄생하면 수십년 동안 막대한 경제적 가치와 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고위험 고비용 산업이지만 성공할 경우 국가 경제의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은 곧 미래 성장의 씨앗인 셈이다.


성장의 씨앗인 약, 단순 지출로 보지 말아야

사회적 가치 또한 막대하다. 고령화 사회인 한국에서 약은 '삶의 질을 관리하는 수단'이다. 복용 편의성을 높인 개량신약은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개선해 치료 성공률을 높인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익 실현의 방안이다. 양질의 제네릭의약품 또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의료격차를 줄이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한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10대 의약품은 지금은 모두 특허가 끝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들이다.


무엇보다 의약품은 보건안보의 핵심 자산이 됐다. 원료 국산화, 글로벌 위탁생산 네트워크 확보, 국가 차원의 필수의약품 비축제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방 물자가 나라를 지키듯, 약은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약품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다.


약값을 단순한 지출로만 보지 말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며, 국가의 미래를 여는 열쇠로 봐야 한다. 정부는 혁신적 신약, 개량신약 개발을 위한 규제완화와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산업계는 양질의 의약품을 개발, 생산하는 혁신으로 화답해야 한다. 국민 역시 약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면 좋겠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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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산업의 맥]약(藥)의 가치 참고이미지.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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