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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빵집에서 사온 '일본 명물' 빵…어떻게 붙여진 이름이지?[日요일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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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무늬 쿠키 반죽 덮은 빵…멜론 맛과는 관계 없어
1900년대 초 등장한 유서 깊은 빵

"선배, 멜론빵 사 왔는데 크림 있는 거랑 없는 것 중에 뭐 드실래요?"


얼마 전 회사 후배가 근처 빵집에서 사 온 멜론빵을 건넸습니다. 우리나라 소보루와 비슷한 빵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소보루처럼 보슬보슬한 형태의 크럼블이 올라가 있는 대신, 설탕을 섞은 비스킷 반죽을 덮어 격자무늬를 만들어 구워냈다는 것이죠.


이상하게 저도 멜론빵이라고 하면 으레 아이스크림 '메로나'의 맛을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멜론빵은 그냥 버터가 많이 들어가 고소한 맛이 나는 빵입니다. 빵 안쪽에 크림이나 앙금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죠. 멜론처럼 초록색 반죽을 하고 있지만, 멜론의 향이나 맛은 하나도 느낄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메로나를 먹고 멜론 빙수가 익숙한 한국인에게, 멜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멜론빵은 더 이해하기 힘든 개념입니다.

후배가 빵집에서 사온 '일본 명물' 빵…어떻게 붙여진 이름이지?[日요일日문화] 일본의 멜론빵. 카멜리아 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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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래도 멜론빵의 의미를 살린 퓨전 빵이 많이 나오는 듯합니다. 후배가 준 크림이 든 멜론빵을 반 갈라보니 메로나 맛이 나는 상큼한 크림이 안에 들어있더라고요. 상상만 했던 멜론빵이 어느 정도 구현된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도대체 이 멜론빵, 멜론도 안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붙여진 이름일까요? 이번 주는 멜론 없는 일본의 멜론빵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멜론빵의 탄생 설화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1930년대 고베의 빵집에서 지금처럼 격자무늬 쿠키 반죽을 붙인 둥근 모양의 빵을 발매했는데, 이것이 시초라는 이야기부터 미국을 통해 전래한 멕시코의 빵이 원조라는 이야기 등 다양합니다. 여기에 1910년 아르메니아 출신 제국호텔 제빵사가 프랑스의 구운 과자 갈레트와 러시아의 빵 제조법을 결합해 탄생시켰다는 등 발상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습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많은 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3가지 설을 소개해드릴게요.

진짜 멜론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둥근 빵 위에 격자무늬 반죽이 붙어 구워진 모양이 머스크멜론과 비슷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유래기도 하죠. 심지어 멜론빵이 1930년대 등 오래전에 탄생했다고 하니, 당시 고급품으로 꼽혔던 머스크멜론을 빵 이름에 붙여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 고급식품이라는 이미지를 더했을 거라는 설이 있습니다.

빵 기계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두 번째로, 멜론빵 성형 기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에는 멜론빵 원조로 불리는 빵 가게들이 전국 각지에 포진해있는데요. 1950년 고베에서 출시된 멜론빵은 오므라이스 등을 담아내는 틀로 찍어냈었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오므라이스는 꼭 럭비공 같은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잖아요? 사실 과일이라면 멜론보다 참외에 가까운 형태긴 하지만, 이 틀이 멜론과 비슷하다며 '멜론형(型)' 틀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고베를 포함한 일부 관서 지방에서 멜론빵은 여전히 이런 가로로 길쭉한 형태에, 안에 앙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멜론빵이 아니라 참외빵에 더 가까운 모습이라고 하네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둥근 형태의 멜론빵은 해가 떠오르는 형태를 본따 '선라이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후배가 빵집에서 사온 '일본 명물' 빵…어떻게 붙여진 이름이지?[日요일日문화] 일본 고베에서 판매하는 타원형 형태의 메론빵. 고베생협.

멜론빵이 아니라 머랭빵이었다

세 번째는 빵 위에 올라가는 격자무늬 쿠키 반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반죽은 달걀흰자를 마구 저어 만든 머랭을 넣는다는데요. 일본에서 머랭은 '메렝게(メレンゲ)'라고 부르는데, 머랭을 올리는 '메렝게 빵'이 발음이 편하게 변형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멜론빵이 됐을 거라는 가설입니다.


이렇게 여러 가설이 있는 만큼, 지역별로 다양한 멜론빵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변주를 준 멜론빵도 많이 판매하는 추세입니다. '딸기 멜론빵', '초코칩 멜론빵' 등 멜론빵에 맛을 첨가하거나, 반죽을 갈라 안에 아이스크림 등을 넣는 퓨전 멜론빵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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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붕어빵에도 붕어가 안 들어있고 바나나빵에도 바나나가 안 들어있죠. 일본에는 멜론빵에 멜론이 안 들어있다니, 이런 이름짓기는 만국 공통인 듯하여 어쩐지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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