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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소송주의보]①창업실패가 평생족쇄로…개인이 수십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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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과 이스라엘 등 벤처 선진국에서는 창업 실패가 오히려 '경험치'로 인정돼 재도전의 발판이 된다.

벤처투자 연대보증 금지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경영 실패 이후 투자사와의 소송전에 휘말려 재기의 꿈을 접는 스타트업 창업자 사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벤처투자 혹한기로 스타트업이 잇따라 회생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투자사들은 여러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창업자에게 거액의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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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 밟으며 투자사가 소송 걸어
창업자, '이해관계인'으로 묶여 책임부담
벤처캐피털은 연대책임 금지했지만
신기술금융·액셀러레이터 등 사각지대 여전

편집자주미국과 이스라엘 등 벤처 선진국에서는 창업 실패가 오히려 '경험치'로 인정돼 재도전의 발판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실패가 창업자 개인에게 낙인처럼 작용하고, 재기의 길마저 막아서는 구조다. 특히 투자계약에 따라 스타트업 법인뿐만 아니라 창업자가 개인 재산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소송 리스크가 치명적이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스타트업과 투자사 간 소송 사례, 계약서 독소조항 회피 요령 등을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벤처투자 연대보증(요구) 금지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경영 실패 이후 투자사와의 소송전에 휘말려 재기의 꿈을 접는 스타트업 창업자 사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벤처투자 혹한기로 스타트업이 잇따라 회생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투자사들은 여러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창업자에게 거액의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창업자에 돌아온 '감채기금' '풋옵션' 족쇄
[벤처, 소송주의보]①창업실패가 평생족쇄로…개인이 수십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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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실패와 관련해 창업자 개인이 투자사에 거액을 지급하게 되는 소송 사례는 여럿 확인된다. 지난 7월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는 국내 중견 신기술금융회사(신기사)가 투자조합을 대표해 낸 상환금 청구소송 1심에서 스타트업 A사 창업자와 대표의 패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에선 2020년 체결된 3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 계약의 '감채기금' 조항이 쟁점이 됐다. 감채기금이란 원금 상환을 대비해 회사가 매달 일정 금액을 따로 적립하는 기금을 말한다. 흔히 기성 금융권 대출 계약 등에서 안전장치로 쓰이는 조건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모험자본의 투자 계약 실무에서는 흔치 않은 내용이다.


A사는 2021년 2월부터 6개월간 매달 3억여원씩을 적립해야 했는데,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이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엔 회생 절차까지 밟게 됐다. 투자조합 측은 '기한이익 상실'을 이유로 창업자 등에게 원금과 이자를 청구했다. 약정 만기가 남았지만, A사가 특정 조건을 위반했으니 즉시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창업자 측은 "재정 악화로 불가피하게 기금을 적립하지 못했을 뿐, 개인 과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벤처, 소송주의보]①창업실패가 평생족쇄로…개인이 수십억 배상

1심은 계약 조항을 근거로, A사뿐만 아니라 계약서에 '이해관계인'으로 서명한 창업자와 대표 등 개인도 채무를 함께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표와 최대주주 지위에 있는 피고들이 감채기금 적립 여부를 감독·통제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중대한 계약 위반이 발생했다고 보고 창업자 등 개인의 고의·과실을 인정했다. 창업자 측은 미상환 금액 22억원과 이자 13억여원을 합쳐 총 35억1700여만원을 지급하게 됐고, 결국 항소를 포기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감채기금은 그간 스타트업 투자 계약서에 등장하지 않던 조항"이라며 "모험자본의 특성상 투자금 손실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도, 고금리와 출자 축소 등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창업자 개인에게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률적 장치들을 계약서에 담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장은 대부분 모태펀드 등 국가 자금 투입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며 "그래서인지 일부 투자사는 스스로를 국가 지원 사업의 운용기관, 심지어 일종의 대출 기관처럼 생각하는 곳들이 있다"고 전했다.


같은 달 16일엔 신한캐피탈이 건축 플랫폼 기업 어반베이스 대표 B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의 1심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는 "B씨가 투자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12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한캐피탈은 2017년 어반베이스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조항을 넣었다. 이는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어반베이스가 2023년 말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신한캐피탈은 풋옵션을 행사했다. B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경영 실패 책임을 창업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투자계약상 책임 범위를 둘러싼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계약서의 풋옵션 조항 자체에 우선 주목했다. 그러면서 "B씨는 이해관계인으로서 계약에 서명했고, 투자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한캐피탈의 손을 들어줬다. 직접적인 연대보증 조항은 없었지만 창업자가 거액의 돈을 직접 지급하게 되면서 풋옵션이 사실상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투자계약 전문 변호사는 "'창업자가 경미한 위반까지 책임지기는 어렵다'며 창업자 편을 들어준 판결도 있지만, 신한캐피탈 판결처럼 문언 그대로 해석하는 경우들도 많다"며 "투자 계약 실무에선 스타트업 친화적인 계약서는 잘 통용되지 않는데, 법원도 점차 약속, 관행이 아닌 계약서에 담긴 문언을 우선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벤처, 소송주의보]①창업실패가 평생족쇄로…개인이 수십억 배상
제도는 바뀌었지만…여전한 사각지대

창업자 연대보증은 2018년 정책금융기관 투자·대출에서 우선 금지됐다. 2022년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벤처투자조합도 창업자에 대한 연대보증 요구가 전면 금지됐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 관할 벤처투자촉진법의 적용을 받는 벤처투자사가 아닌, 금융위원회 관할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는 신기사로 라이선스를 등록한 경우엔 해당되지 않는다. 벤처캐피털(VC)보다 극초기 투자를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AC)도 그간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벤처투자촉진법 자체에도 예외 조항이 있다. IR(투자유치 활동) 등에서 허위 진술을 했거나, 투자금을 유용했거나, 계약 위반으로 주식을 처분한 경우엔 창업자의 고의·중과실을 이유로 연대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


최근 중기부는 AC와 이들이 운용사(GP)로 참여하는 개인 투자조합까지 연대보증 금지 규정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지난달 현장 간담회에서 "재창업은 단순히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축적한 '경험'이라는 자산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며 제도 보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신기사는 금융위가 나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벤처투자 관련 부처 간 조율과 법령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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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입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제도 적용을 피해 갈 수 있는 투자 주체는 계약에 따라 마음껏 연대보증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AC에 대해선 늦어도 내년 초부터 제도를 적용받겠지만, 신기사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어느 한쪽의 돈만 골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만큼, 세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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