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확산…총리 끝내 사임
2008년 왕정 붕괴 이후 정정불안
자연재해와 경제난 가중으로 불만↑
9일(현지시간) 네팔 시위대가 수도 카트만두 정부청사인 싱하 더르바르에 불을 지르고 있다. 네팔에서는 지난 5일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단 조치에 폭발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AP연합뉴스
네팔에서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하는 등 정정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단에 항의하는 청년세대들의 불만이 도화선이 된 시위지만, 정치 혼선 속에 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와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팔 반정부 시위 격화…Z세대 폭발시킨 SNS차단
AP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네팔 정부는 반정부 시위 격화에 SNS 차단 조치를 해제하고, 올리 총리는 사임을 발표했다. 네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19명이 숨지고 4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정정불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네팔의 반정부 시위는 초반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유혈사태 발생 이후 싱하 더르바르 정부청사에 불을 지르고, 정치인들의 자택을 습격하는 등 과격시위로 변질됐다.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아내가 시위대가 방화한 자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된 것은 네팔 정부의 SNS 차단이었다. 네팔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등록되지 않은 26개 SNS의 접속을 완전히 차단했다. SNS 차단을 지나친 검열이라고 판단한 청년세대들은 정치권을 향한 불만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갔다.
2008년 왕정 붕괴 후 총리만 13명 교체…자연재해·경제난 겹쳐
SNS 차단이 도화선이 됐지만 네팔 청년세대들이 폭발한 진짜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네팔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20%를 넘는다. 세계은행(WB)이 집계한 네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447달러(약 201만원)로 남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낮다. 이주노동자들이 네팔로 보내는 송금액이 전체 GDP의 25% 이상일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네팔의 경제난이 가중된 것은 왕정붕괴 이후 지속된 정정불안과 자연재해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네팔은 1990년부터 입헌군주제를 실시했지만, 군주제 종식을 요구하는 네팔공산당을 중심으로 1996년 내전이 발발했다. 이후 2006년까지 10년간 내전이 이어졌다가 왕실과 공산당측이 극적인 평화합의를 이뤘다.
평화합의에 따라 네팔은 2008년 239년만에 군주제가 종식되고 공화정으로 교체됐다. 이에따라 네팔은 의원내각제 국가로 탈바꿈했고, 군주제 종식에 앞장선 네팔공산당이 집권했지만, 곧바로 공산당이 분열되면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됐다. 네팔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주의 정당, 사회주의 정당 등 세파로 갈라졌으며 이들과 왕당파 정당들간 정쟁이 장기간 이어졌다. 이러한 정쟁으로 인해 2008년 이후 총리도 13번이나 교체됐다.
갸넨드라 샤 전 네팔 국왕의 정치적 움직임도 정정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갸넨드라 전 국왕은 폭정으로 인해 축출됐지만, 이후 왕당파 지지세력들과 결합해 왕당파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도 3월과 5월 왕당파 지지자들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왕정복고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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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혼란 속에 발생한 잇따른 자연재해는 피해 수습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2015년 발생했던 네팔 대지진으로 3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6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아직도 피해 복구가 안됐다. 이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네팔의 관광수입이 크게 줄어 서민들의 고충이 더욱 심해졌으며, 2023년 지진이 또다시 발생해 50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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