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투쟁으로 진실 규명 촉구
비정규직 양산 시스템 규탄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의 어머니가 딸의 1주기를 앞두고 비정규직 프리랜서의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쌍하게 죽은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한다"며 "1주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고 밝혔다. 장씨는 "오요안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방송 미디어 산업의 수많은 청년이 고통받고 있었다"며 "요안나의 억울함을 풀고 떳떳한 엄마가 되려고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등 42개 단체는 MBC 사옥 앞에 고인의 영정 사진을 모신 분향소를 마련했다. 장 씨는 이 분향소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MBC 사장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비정규직인 기상캐스터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 MBC 기상캐스터로 입사한 오 씨는 지난해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이후 유족이 오 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유서에는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5월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MBC 기상캐스터였던 고(故) 오요안나씨 특별감독결과 규탄 기자회견에서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운데)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조사 결과, 오 씨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됐다. 그러나 오 씨의 신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법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MBC는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와의 계약을 해지했으나, 다른 관련자들과는 재계약했다.
이에 대해 김은진 MBC 차별 없는 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 기관이 회사가 책임 회피하기에 딱 좋은 결론을 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주환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공동 소집권자도 "사용자들이 일을 시키고서는 정작 돈을 벌면서, 자신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노동부는 괴롭힘은 맞는데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자 책임을 면제해준다"고 지적했다.
장 씨는 "MBC는 수년을 일했어도 프리랜서라고, 비정규직이라고,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한다"며 "1주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고 MBC에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고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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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1주기인 오는 15일에는 MBC 앞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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