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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원 된다며 차도 샀는데…희망고문 2년, 생계 잃은 노동자들[서울우유 갑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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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서울우유에 카톤팩을 납품해온 삼영의 조영한 대표는 2년 넘게 이어진 '희망고문' 끝에 인수 결렬을 통보받았다.

2023년 7월 서울우유 임직원 150명이 구미 공장을 집단 견학하며 인수 기대감을 더 키웠다.

이 과정에서 삼영은 인수의향서를 믿고 서울우유 경쟁사에 공급하던 우유 팩 납품 거래를 점진적으로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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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우유팩 납품사 145억 인수 약속
2년만에 뒤집어… 손실 36억…공장은 농심에 매각, 직원 퇴사
법정에선 서울우유 '승소', 도덕성 책임은 남아

"서울우유의 카톤팩 사업부 인수를 믿고 기다렸습니다. 고용승계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구미 공장을 매각하지 않았던 겁니다."


40년간 서울우유에 카톤팩(우유팩)을 납품해온 삼영의 조영한 대표는 2년 넘게 이어진 '희망고문' 끝에 인수 결렬을 통보받았다. 이 기간 거래처는 끊겼고, 공장은 멈췄다. 손해액만 30여억원. 결국 구미 공장은 농심에 넘어갔다. 40여명의 노동자는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한 노동자는 "곧 대기업 직원이 된다"며 자동차까지 샀다가 빚을 떠안았다. 대기업과 인수 협상에 매달린 대가는 노동자들의 무너진 생계였다.


8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삼영은 1986년부터 서울우유에 우유 팩을 납품한 협력사였다. 거래처를 다변화해 부산경남·빙그레·연세대·푸르밀 등에 우유 팩을 공급했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은 서울우유 물량이었다. 삼영은 화학소재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구미 우유 팩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 서울우유였다.

대기업 직원 된다며 차도 샀는데…희망고문 2년, 생계 잃은 노동자들[서울우유 갑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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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고문은 어떻게 시작됐나

서울우유는 2021년 11월 145억원 규모의 인수의향서를 삼영에 전달했다.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려 법률·재무·세무 실사를 진행했고, 구미 공장 현장 점검도 했다. 이듬해 서울우유는 인수 예산을 150억원으로 늘려 이사회와 대의원회에서 가결했다. 인수는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2023년 7월 서울우유 임직원 150명이 구미 공장을 집단 견학하며 인수 기대감을 더 키웠다.


이 과정에서 삼영은 인수의향서를 믿고 서울우유 경쟁사에 공급하던 우유 팩 납품 거래를 점진적으로 끊었다. 인수의향서에는 '원고는 본건 영업 양도와 경합하거나 이를 제한하는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담겨 있어서다. 이에 삼영은 기존 거래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고, 구미 공장 건물 임차인들과 계약도 갱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2023년 9월 열린 서울우유 임시대의원회에서 해당 인수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서울우유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22년 대의원회에서 인수 예산이 가결된 것은 곧 인수 결정과 다름없다"며 "임시대의원회를 다시 연 것은 내부 얽힌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2022년 11월14일 열린 정기 이사회 의사록에는 이사들이 인수 여부를 놓고 논쟁한 기록이 남아 있다. 한 이사는 "대의원회에서 결의된 사항은 취소할 수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이사는 "예산 집행 우선순위를 바꾸자"고 주장했다.


증인신문조서에서도 모순된 증언이 드러났다. 서울우유 측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은 총회 의결사항"이라고 했다가, 이후 "총회 의결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대기업 직원 된다며 차도 샀는데…희망고문 2년, 생계 잃은 노동자들[서울우유 갑질]①
인수 협상 2년간 피해액만 35억원

인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손실은 커졌다. 매출은 2020년 130억원에서 2023년 78억원으로 급감했고, 이 기간 누적 손실은 35억원에 달했다. 영업손실과 임대 수익 상실 등이 포함된 규모다. 삼영 관계자는 "서울우유 경쟁사와 거래관계를 연장하거나 계약단가를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인수에 제약사항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미 서울우유가 삼영 사업부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다른 우유업체와 계약 연장이 어렵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장은 인수 협상이 결렬된 직후 120억원을 받고 농심에 매각됐다. 고용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40여명의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렸다. 조영한 삼영 대표는 "수년 전부터 농심이 구미 공장을 사고 싶어했지만, 우리는 고용 승계가 가능한 곳에 매각하고 싶었다"면서 "구미공장은 농심의 구미공장 바로 앞에 붙어있어 농심은 이를 제품관리센터로 이용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우유 인수를 믿고 기다린 것이 결국 화근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직원 된다며 차도 샀는데…희망고문 2년, 생계 잃은 노동자들[서울우유 갑질]① 서울우유 문진섭 조합장.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제공]

소송은 이겼지만 책임은 남았다

삼영은 2023년 10월20일부로 공장을 폐업했고, 서울우유는 곧바로 삼영의 물량(26%)을 기존에 거래하던 납품업체에 일괄 배분하고 12월께 삼영과 물품 구매 계약을 해지했다. 동시에 2억6500만원 보증금 전액을 몰취했다.


삼영은 이듬해 거래처 상실과 누적 손실 등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액과 보증금 반환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삼영 측은 "서울우유가 인수 의지를 반복적으로 표명하며 협상을 끌었기 때문에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우유는 "협동조합 의사결정은 대의원회의 몫이며 언제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맞섰다.


1년여간 다섯 차례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서울우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우유가 삼영에게 인수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부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삼영 측이 주장한 인수 약속과 서울우유 관계자들의 진술이 배치된다는 이유다.


이에 삼영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4월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삼영이 항소이유서에 제출한 공문에는 인수 추진 전 매출 원가율이 93%였으나 인수 절차에 대비하느라 2021년 99%, 2022년 107%, 2023년에는 121%까지 치솟았다고 적혀 있다. 매월 2억원 이상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곧 인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영은 항소심에서 서울우유가 장기간 인수 의지를 표명하며 실사와 예산 반영까지 진행해 사실상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형성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손해배상 인정과 보증금 전액 반환을 요구했다. 조 대표는 "삼영은 서울우유가 시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다 하며 기다렸다"며 "서울우유 경영진의 한순간 결정으로 중소 협력업체의 한 사업이 무너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우유가 1심에서는 이겼지만, 거대 협동조합의 무책임한 태도가 드러난 사건"이라며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도덕적 책임에서는 자유롭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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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측은 "삼영과의 소송은 1심 판결이 있었고, 양측 모두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관계로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서 "조합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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