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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계 미국 주요 기업 대표, 창업자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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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머리 좋다는 이스라엘·인도·대만계 다수
1등 순위 경쟁 교육의 부작용
변화의 조짐 UKF, 뭉치기 시작한 한인들

왜 한국계 미국 주요 기업 대표, 창업자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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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수식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다. 다양한 인종이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나라란 뜻이다. 한인 약 180만명 정도가 미국에 산다.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미국 주요 기업 대표나 창업자 중에는 한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나라 사람 혹은 어느 민족이 똑똑하고 성실하게 공부를 잘하는지 물어보면 한국과 유대인을 꼽는 경우가 많다. 유교문화권인 중국, 일본, 대만과 수학 강국 인도 사람들도 머리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상식적으로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확률이 높다. 좋은 대학을 나와 창업해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좋은 예다. 이스라엘 출신 대표적 대기업 CEO는 오라클의 사프라 카츠, 창업자는 위워크의 아담 노이만이다. 750만명에 달하는 미국계 유대인 가운데는 발에 차일 정도로 유명한 기업인이 많다. 유대인이 미국 정치, 금융, 언론을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학을 잘하는 인도인들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등이 인도인이다. 미국계 인도인 숫자는 미국계 한국인의 약 3배인 520만명이다. 그래서 성공한 기업인 숫자가 한국인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 강세를 보이는 대만계 기업인을 보면 꼭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미국에서 제일 주목받는 기업가는 대만 출신의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이다. 유튜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첸, 야후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도 대만 출신이다. 대만계 미국인은 약 33만명. 한국계 미국인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똑똑하다는 나라 중에 상대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은 미국 경제계에서 성공했다고 내세울 만한 인물이 적다. 삼국의 공통점은 먹고살 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두 나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적 경제강국이면서 독립적으로 경제를 굴릴 수 있는 내수 대국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물론, 일본도 인구(1억2400만명)가 한국보다 2배 이상 많고 국토면적(37만8000㎢)도 3배 이상이다. 두 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 반면 한국은 약 44%다. 쉽게 말해 남과 함께하지 못해도 중국, 일본은 빡빡해도 경제가 돌아간다. 반면 한국은 위험하다.


큰 틀에선 중국계인 대만인들은 미국 경제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를 간절함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만 국토 면적(3만6000㎢)은 한국의 3분의 1, 인구(2350만명)는 2분의 1이 조금 넘는 정도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또 중국과 대립으로 외국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인들이 미국 경제계에서 대만, 인도인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10여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일한 한인 개발자는 인도 개발자와 한인 개발자의 차이를 “업무 변경을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힘들다. 그런데 대다수 한국인 개발자들은 나이가 지긋해져도 개발자로 남는다. 계속 신기술을 공부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인도 개발자는 상당수가 다른 직군으로 이동한다. “특히 인사 관련 업무로 적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자기 고향, 학교 출신 사람들을 회사로 스카우트한다. 뭉치면 강해진다. 개인이 우수한 것도 중요하지만 집단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에 인도인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또 인텔에서 간부를 지낸 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서 임원으로 일한 유웅환 박사는 “미국 기업에서 승진하려면 아래 사람들의 추대를 받아야 하는데 한국에선 윗사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등, 2등 순위 다툼을 벌이고, 윗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성공이라고 믿으며 살아 온 한인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한인들이 미국 경제계에서 두드러져 보이기 위해서는 서로 뭉친 다음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한인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상징하는 존재가 바로 UKF(United Korean Founders·한인 창업자 연합)이다. UKF의 시작은 2018년 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가 뜻이 맞는 창업자 투자자 몇 명과 시작한 식사 토론 모임이었다.


그 모임이 성장해 올해 초엔 1000명이 넘는 기업인, 학생들이 모여 'UKF 82 스타트업 서밋'을 열었다. UKF는 10월 미국 뉴욕 브루클린 더걸그린하우스에서 'UKF 페스티벌 뉴욕' 행사를 개최한다. UKF 소속 한 기업 대표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가 강사로 나서는 이 자리엔 5000명에서 최대 1만명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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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처음으로 대규모로 모여 밀어주고 끌어주기 시작했다. K컬처란 조미료가 더해져 한국 음식을 맛보고 한국 문화를 느끼고 싶은 미국인들도 상당수 참여할 예정이다. 몇년 후에는 한인들이 미국경제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백강녕 IT스페셜리스트 young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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