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경매, 26일 오후 4시 강남센터
94랏, 61억원 규모 출품
천경자·이강소·이우환·앤디워홀 등 작품
26일까지 프리뷰 전시
서울옥션은 오는 26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5회 미술품 경매'를 개최한다. 이번 경매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근현대미술 작품과 조선시대 전통 초상화를 선보인다. 출품작은 총 94랏(Lot)으로, 추정가 총액은 최소 61억원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천경자의 1977년 작 '미모사 향기'가 출품된다. 감정이 억제된 표정으로 물끄러미 화면 밖을 응시하는 여인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동공이 강조된 여인의 눈은 보는 이의 시선을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여인의 머리에 얹은 꽃과 나비 등에 집중된 높은 채도의 색은 작품 전체적으로 감도는 관조적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추정가는 5억~8억원이다.
이강소의 'Untitled - 91016'은 200호 크기의 대작이다.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온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오리, 사슴, 나룻배가 등장하는 풍경화에 주목했다. 오리와 물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활용하되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움직임이 지닌 특징을 몇 개의 획으로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처리했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붓질을 활용해 중첩되는 형상으로 그려진 오리들은 고정된 사물보다는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어 생동감이 넘치고 관람자가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추정가는 1억4000만원~3억원이다.
이우환의 'With Winds'(바람과 함께)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강한 붓 터치를 담았던 이전 'From Winds'(바람으로부터) 연작 대비 가벼운 움직임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캔버스의 공간이 점차 가라앉으며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인다. 신체의 행위성이 화면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대기의 역동성을 차분하게 표현하는 출품작은 이후 작가의 작업이 'Correspondance'(조응) 연작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추정가는 별도 문의하면 된다.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Dollar Sign'(달러사인)과 'Campbell's Soup II (F. & S.Ⅱ.54-63)'(캠벨수프 II)는 작가를 대표하는 소재를 담은 작품들이다. 'Dollar Sign'은 미국 화폐의 달러 기호를 화면 가득 담아 아메리칸드림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욕망과 부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을 시각화했다. 빠르고 생동감 있게 표현된 달러 사인과 그 주위의 보라색이 대비를 이루어 당시 대중매체로 화려하게 물든 미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Campbell's Soup II (F. & S.Ⅱ.54-63)'는 작가 특유의 반복 이미지를 잘 나타낸 작업이다. 똑같은 크기로 반복 배열된 수프 깡통을 통해 산업사회의 매스미디어 문화에 길든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추정가는 각각 4억5000만원-8억원, 5억원~10억원이다.
고미술 섹션에는 조선 후기 고위 사대부의 모습을 담은 '조숙하 초상'이 출품된다. 전형적인 공신 초상화로 눈매와 입술, 터럭의 묘사가 섬세해 인물이 더욱 선명하고 입체감 있게 느껴진다. 출품작과 함께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숙 하의 또 다른 초상화 한 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하는데 출품작과 형식상 차이가 커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작에는 여러 기물이 놓인 서안이 앞에 놓여 있어 인물보다는 사물의 표현이 두드러진다. 추정가는 4000만원~1억원이다.
석지 채용신의 '신기영 초상'은 조선 후기 유학생 소곡 신기영의 스무살 당시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전북 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 전통 초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실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배경 속 암석 앞에 배치된 비석과 작품 뒷면의 묵서를 바탕으로 이 작품이 고종황제의 탄신일을 맞아 화양산에서 황단제를 주관했던 인물들의 의식 장소를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초상화 외에도 산수·화조·영모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역량을 발휘했던 화가 채용신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추정가는 1억3500만원~2억원이다.
근현대 한국화 거장 운보 김기창의 추상 작품 '태고의 이미지'도 함께 경매에 오른다. 운보가 완전한 추상 세계를 추구하던 시기에 제작된 '이미지 연작' 중 하나다. 원시예술에 향수를 느껴 제작한 '태고의 이미지'에서 작가는 동양 정신의 상징인 '돌'과 '돌이끼'로 인간의 역사를 표현하고자 했다. 원시적이고 단순화된 구성과 마티에르를 보는 것과 같은 재질감은 운보만이 가능한 전통의 현대적 표현법을 보여준다. 추정가는 7000만원~1억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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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전시는 현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경매 당일인 26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린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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