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에 정통관료 이억원, 금감원장은 대통령 최측근 이찬진
금융당국 투톱에 관료와 실세 각각 임명, 전 정권과 비슷
과거에도 양 기관 갈등 있어, 산적한 현안 많아 반드시 협력 필요
금융위 해체위기 일단 넘겨, 금감원 파워는 더 강해질 가능성
이재명 정부가 출범 2개월 만에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수장을 각각 임명했다. 금융위원장에는 정통 관료인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금융감독원장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찬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임명됐다. 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책수장에는 관료가, 감독수장에는 정권 실세가 임명되면서 양 기관의 갈등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직개편에 앞서 금융당국 수장이 임명되면서 금융위 해체와 금감원 분리 등 그간 논의됐던 개편안은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위원장에 정통관료 이억원, 금감원장은 대통령 최측근 이찬진
이 후보자는 14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며 "서민과 소상공인 등 금융 약자를 포용하고, 건전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추구하는 등 생산적 금융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거시경제 및 경제정책에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정통 관료로 평가받는다.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정경제부(현 기재부)에서 경제정책국장, 경제구조개혁국장 등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 특히 경제정책국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은 경제정책통으로 불렸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 후보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 정책은 물론 경제 전반에 대한 식견이 풍부하고 합리적인 성품과 꼼꼼한 업무처리로 정부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생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 등 주요 정책을 선두에서 지휘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 후보자가 "경제 관료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서민의 눈물을 닦는 금융 정책과 건전한 자본시장 활성화 등 이재명 정부의 금융 철학을 충실히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금감원장에 임명된 이찬진 변호사의 경우 그간 거론됐던 하마평에 없었던 인사로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경력이 거의 없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노동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의혹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각종 사법리스크 대응 과정에서 변호를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매우 가깝게 지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아왔다.
금융권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이 원장은 벤처 창업·상장기업 등 다수 기업에 자본시장 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는 등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제청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신뢰 회복,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금감원의 당면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국정과제를 반영하면서 (금감원장으로서) 감독 본연의 임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기조를 충실하게 따르겠다"며 "국정과제에 (공약이) 이미 반영된 부분도 있으니 이 부분에 중점을 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열심히 듣겠다"며 경청의 자세도 강조했다.
과거에도 양 기관 갈등 있어, 산적한 현안 많아 반드시 협력 필요
금감원장에 대통령 최측근이 임명되면서 상위 기관인 금융위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의 경우 실세 금감원장으로 불리면서 금융정책과 감독을 주도하면서 금융위와의 갈등이 발생했고, 금융정책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다만 이 원장의 경우 전임 원장과 달리 튀는 성격이 아니라서 전 정부와 같은 갈등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민생 안정이 매우 중요해졌고 가계부채 문제와 금융사기 방지, 자본시장 활성화 등 각종 현안이 많아 양 기관의 협력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 양 기관이 갈등은 최대한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 발전,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긴밀히 협조해야 하며 원팀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며 "어제 이 원장이랑 통화해서 이런 취지로 얘기했고 공감대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금융수장이 임명되면서 산하 기관장 인선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산업은행의 경우 지난달 강석훈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회장 자리가 공석이고, 수출입은행도 윤희성 전 행장이 지난달 퇴임한 이후 수장 자리가 비어있다.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이며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다.
금융위 및 금감원 내부 인사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최근 권대영 부위원장이 승진하면서 사무처장 자리가 공석이다. 탄핵 정국 이후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위직 적체도 심하다. 금감원 역시 임원 교체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융당국 조직개편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일 국정 계획을 공개하면서 조직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러 이견으로 인해 발표를 미룬 데다 당국 수장도 임명됐기 때문이다. 당초 국정위는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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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금융위가 해체되는 방향이었는데 대통령실의 기류가 바뀌면서 금융위 해체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위 공무원들의 정책 실행 능력을 칭찬하면서 이런 주장이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다만 강 비서실장은 "정부 조직개편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며 "정부 조직 개편은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금융위는 활동하고 있으므로 지명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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