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신뢰성에 의문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임하고 고용 통계가 조작됐다고 거듭 주장하며 월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노동통계국 등 독립적인 기관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로 통계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며, 나아가 미국 경제와 달러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지난주 고용 보고서는 (작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치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노동통계국이 최근 3개월 새 고용 상황이 악화했음을 보여주는 통계치를 발표하자 에리카 맥엔타퍼 국장을 해임했다. 이날 그는 대선 전 고용 통계와 지난주 발표된 고용 통계가 민주당에 유리하게끔 수정됐다고 거듭 주장하며 "나는 비범한 후임자를 택하겠다"고 적었다.
월가는 관세 정책이 물가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통계국 국장 해임은 불확실성을 가중한다고 우려한다. 노동통계국의 통계는 Fed의 통화 정책 결정을 좌우하는 주요 경제 데이터인데, 미국 정부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들에게 '노동통계국의 우려스러운 소식'이라는 메모를 보내며 통화 정책 수행, 금융 안정성, 경제 전망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Fed의 정치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데이터 수집 과정의 정치화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연착륙에 비유하자면 고장 난 계기판으로 비행하는 건 당파적인 조종사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해임으로 인해 통계 전반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닐 두타 르네상스 매크로 경제 책임자는 "단지 그들이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을 말한다고 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아자이 라자드야크샤 바클레이즈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재임 이후 미국 대통령이 노동통계국의 현직 국장을 해임하려 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특히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는 지표 발표에 대해 시장이 데이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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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오를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통계국 국장 해임이 데이터 수집 및 보고 방식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누가 맡든 간에 의혹의 그림자 속에서 운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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