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 보정 없는 '양자키분배'…ETRI·KAIST "양자 암호통신 이론 새 정립"

국내 연구진이 양자 상태의 측정 보정 없이 양자키분배(QKD)가 가능한 '측정 보호(MP)' 이론을 정립,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양자키분배 기술은 양자역학 원리로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암호 키를 분배하는 기술을 말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KAIST와 공동연구로 위성, 선박, 드론 등이 동적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양자통신을 구현할 새로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ETRI 연구원들이 양자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양자통신은 정보를 빛의 양자 상태로 전송하는 고정밀 기술이다. 하지만 무선으로 이동 중인 기체와 통신을 주고받을 때는 날씨나 주변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통신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하늘, 바다처럼 실시간 날씨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양자통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드론 등이 이동 중인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양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위성과 지상 간 보안통신, 드론 및 해상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양자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양자 상태의 측정 보정 없이 양자키분배(QKD)가 가능한 '측정 보호(MP)'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과정도 거쳤다. KAIST 배준우 교수팀이 이론을 정립, ETRI가 실험 수행을 각각 맡았다.

기존 양자키분배 프로토콜은 채널 상태가 바뀔 때마다 수신 측 측정 장치를 반복해 보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간단한 국부 연산만으로도 채널 상태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키 분배가 가능함을 증명했다.

실험을 위해 공동연구팀은 10m 자유공간 구간에 최대 30dB 손실을 적용한 장거리 전송 환경을 구현하고, 다양한 편광 노이즈를 삽입해 장거리 무선 환경을 상정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양자의 전송과 측정이 원활하게 됨을 검증했다. 또한 송수신 단에는 각 3개의 파장판을 장착해 국부 연산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측정 보호(MP) 기반의 양자키분배 시스템은 양자비트 오류율(QBER)의 시스템 최대 허용치를 기존 대비 20.7%까지 상승시킬 수 있었다. 양자비트 오류율은 전송된 양자비트 중 오류가 발생한 비율을 뜻한다.

수신된 양자비트 중 오류가 20.7% 미만이면, 별도의 측정 보정 없이 안정적인 양자키분배가 가능하다. 이는 측정 보정 없이도 다양한 채널의 노이즈 환경에서 안정적인 키 생성을 달성해 신뢰성 있는 양자통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윤천주 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은 "채널 변화에 독립적인 양자키분배 구현은 양자암호 통신의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며 "이를 장거리 자유공간 링크 기술로 확장해 글로벌 양자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논문)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퀀텀 테크놀로지스(Advanced Quantum Technologies)'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