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질 GDP 성장률 전기比 0.6%↑
민간·정부소비↑…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올 성장률 1%' 위해선 하반기 0.8% 성장 필요
美관세 협상 큰 변수·내수 회복 수준도 살펴야
올해 2분기(4~6월) 우리나라 경제가 0.6% 성장하면서 5분기 만에 0% 전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났다. 지난 5월 한국은행 전망치(0.5% 성장) 역시 상회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에 억눌렸던 민간소비가 회복되고, 수출 역시 반도체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인 결과다. 1분기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하반기엔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소비 심리 회복,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 등에 따라 내수는 상반기 대비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정부 소비↑…반도체·화학제품 중심 수출 호조
한은은 24일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소수 둘째 자리까지 보면 0.61%다. 이는 한은이 지난 5월 경제전망 당시 내놓은 수치(0.5% 증가)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지난해 1분기(1.2%) 이후 5분기 만의 최고치다. 수출은 예상보다 양호했고 건설·설비투자는 예상보다 낮았으며 소비는 전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번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저성장의 고리를 끊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1분기 1.2% '깜짝 성장' 이후 2분기 -0.2% 역성장했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 성장에 그치며 저성장 흐름이 이어졌다. 1분기에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며 부진을 이어갔다.
성장률 상승은 수출과 내수 모두 개선된 영향이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반등했고, 내수도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에 기여했다. 수출은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등이 늘어 4.2%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1개 분기 만에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2020년 3분기 14.6% 상승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나타냈다. 수입은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3.8% 늘었다. 수입 역시 지난해 1분기 -1.1%로 역성장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내수는 건설투자가 여전히 부진했지만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재화와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 모두 늘며 전 분기 대비 0.5% 증가했다. 깜짝 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민간소비 성장률(0.5%)과 같았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민간소비 개선세는 전망치와 유사했다. 지난 4월보다 5월, 5월보다 6월이 좋았다"며 "오락문화는 공연, 티켓판매가 큰 폭 늘어난 영향을 받았고 음식점 수요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비 역시 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1.2% 늘었다. 2022년 4분기(2.3%) 이후 최대치다. 다만 건설투자는 건물·토목 건설이 줄면서 전기 대비 1.5% 감소, 다섯 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설비투자 역시 1.5% 줄었다.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와 선박 등 운송장비가 감소하면서 2023년 3분기(-3.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국장은 "건설투자의 경우 부진이 완화한 정도"라며 "그간 착공 실적이나 건설 수주 등을 보면 빠른 회복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민간부문, 수출·소비 중심 성장 기여 컸다는 데 의의"
지출 항목별 2분기 기여도를 보면 내수 반등세가 뚜렷하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 1분기 -0.5%포인트에서 2분기 0.3%포인트로 반등했다. 민간소비(0.2%포인트), 정부소비(0.2%포인트)를 중심으로 내수의 기여도를 키웠다.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0.3%포인트를 기록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민간이 GDP 성장에 0.5%포인트 영향을 줬고, 정부는 0.1%포인트 기여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개선세가 뚜렷했다. 제조업은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등을 중심으로 2.7%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정보통신업 등이 줄었으나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부동산업 등에서 늘어 0.6%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은 건물 및 토목 건설이 줄면서 4.4% 감소했다. 농림어업은 어업을 중심으로 1.4%, 전기가스수도사업은 전기업을 중심으로 3.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 분기 대비 1.3% 증가해 GDP 성장률을 상회했다. 실질 GDI는 실질 GDP에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익을 감안한 것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국장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됐으나 반도체 호조를 앞세운 수출 성적이 예상보다 양호했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심리가 살아나면서 민간소비가 회복, 2분기 0.6% 성장을 기록했다"며 "향후 성장 경로에 있어선 미국 관세 등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지만, 이번 2분기엔 민간부문이 수출과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에 기여가 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짚었다.
하반기 수출↓·내수↑ 예상…'올해 성장률 1%' 위해선 하반기 0.8% 성장해야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0.8%)을 넘어 1%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어서다. 다만 산술적으로 1% 달성을 위해선 하반기 분기 평균 0.8%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하반기에는 대미 수출이 관건"이라며 "일본보다 관세율이 높으면 수출이 줄어들 수 있어 하반기 성장률 개선세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가 큰 변수"라고 진단했다.
이 국장은 하반기 성장은 상반기와 모습을 달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2분기엔 수출이 성장을 주도했으나, 3분기부터는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면 소비 심리 회복, 2차 추경 효과 등으로 내수 쪽은 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 역시 3분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이번 (소비쿠폰) 효과는 연말 이후 정확히 알 수 있으나, 과거 코로나19 때 재난지원금 사례를 보면 지급 초·중·후반 가운데 초반 효과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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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지난 5월 전망 당시 1차 추경 효과까지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0.8%로 관측한 바 있다. 2차 추경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 올릴 것으로 보고 있어 다른 요인에 변함이 없을 경우 0.9% 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이 국장은 "산술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올해 성장률 0.9% 달성을 위해서는 하반기 분기 평균 0.7%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관세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 역시 "내수는 추경으로 돈을 좀 풀었기 때문에 하반기 성장률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내수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때문에 금리 인하가 어렵고, 재정건전성을 생각하면 추경을 더 할 수도 없다는 한계가 있단 설명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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