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 '원팀' 구성해 수출국 공략
폴란드·캐나다·필리핀 등 주요사업 하반기 가닥
올해 하반기 국내 조선방산기업들의 '원 팀(One Team)'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해외 함정수주를 위해 원팀을 구성하기로 했는데, 캐나다, 폴란드 등 함정 수출 희망국가들이 올해 안에 최종 도입결정을 할 예정이다.
16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폴란드와 캐나다는 잠수함 도입을 위해 오는 8월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며, 필리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초계함 2차 및 호위함 사업을 준비중이다.
폴란드는 3척의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오르카(ORK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예산만 6조~8조원대로 추산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당초 폴란드에 각각 정보요청서(RFI)를 보내 단독 수주를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방위사업청 중재에 따른 원 팀 구성 합의에 따라 힘을 합치기로 했다. 프랑스 네이발 그룹과 독일 TKMS 등 유럽 강자들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원 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뒤집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대응해 양사가 협력해 납기를 당기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유지·보수·정비(MRO) 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공유했다. 자금 조달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출범해 폴란드의 해양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폴란드에 이어 캐나다 잠수함 사업 등 60조원 넘어
캐나다 해군은 3000t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CPSP)를 진행중이다. 사업 예산만 60조원 규모로 계약자 선정은 이르면 2026년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원팀으로 공동 입찰 제안서 보낸 상태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다. 해군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는 지난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해 보유 중인 2400t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할 새로운 잠수함 조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조선업계는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Ⅲ)' 건조 계획을 제안했다. KSS-III급 잠수함은 3400t급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독립추진장치(AIP)를 갖췄다. 최대 3주 동안 북극 바다에서 작전할 수 있다.
캐나다 함정도입 규모에 정부도 특단의 카드를 준비중이다. 미국·일본·중국 등 14개국에 특사 파견을 추진 중인 가운데 캐나다에도 특사 파견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 대통령 특사를 보내는 것은 이례적으로 군 장성 출신인 국회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외교 정책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실 임웅순 2차장이 주(駐)캐나다 대사 출신이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사우디 등 수상함 사업 줄이어
수상함 수출은 HD현대중공업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이 주요 수출대상국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에 함정을 수출한 경험을 통해 필리핀이 추진하는 중형급 잠수함 2척 도입 사업 수주에 나선다는 목표다. 필리핀 정부는 해군 전력 증강을 위한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12척의 함정을 두 차례에 걸쳐 발주한 '호라이즌(Horizon)' 사업을 진행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 중 호위함 2척(2016년), 초계함 2척(2021년), 원해경비함(OPV) 6척(2022년) 등 총 10척을 수주했다. 초계함은 길이 118.4m, 폭 14.9m, 순항속도 15노트(28㎞/h), 항속거리가 4500해리(8330㎞)에 이르는 최신예 함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향후 필리핀 정부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3차 군 현대화 프로그램에서도 함정 수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필리핀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잠수함 도입 사업은 약 2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K 조선방산 수출시장에 경쟁국가도 만만치 않다. 캐나다 함정사업엔 독일 조선소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독일은 이미 캐나다 함정 2척을 건조중이다. 캐나다도 나토 연계와 유럽 연대를 내세운 독일·노르웨이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함정사업엔 프랑스 나발그룹,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 스웨덴 사브, 스페인 나반티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등이 경쟁하고 있다.
독일 등 함정강국 K조선방산 수출 경쟁
경쟁국 중에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호주와 삐걱댔던 관계를 풀면서 세계 함정수출시장 영역을 더 넓히겠다는 의지다.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은 2016년 560억 유로(약 7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최대 12척의 디젤 잠수함을 호주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21년 9월 호주는 미국, 영국의 지원을 받아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기로 하면서 나발 그룹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당시 호주, 미국, 영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3자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발족했고 이 동맹 내에서 미국은 2030년대 초부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최대 5척을 호주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황은 바뀌었다. 4년 만인 지난 15일 피에르 앙드레 앵베르 주호주 프랑스 대사는 "호주의 새 총리 취임 이후 양국 국방 관계가 재개됐다"고 밝혔다. 호주가 프랑스와 계약을 깨면서까지 오커스 동맹에 기대를 걸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미국 내에선 조선업 역량 약화로 자국에 필요한 핵잠수함조차 제때 건조하지 못하는 마당에 호주에 판매할 여력이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집단 안보에 부정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협정을 폐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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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입장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눈에 가시다. 잠수함 건조 기술이 없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1982년 독일(하데베조선소)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40년만인 현재 한화오션은 독자 개발한 3000t급 잠수함 기술·부품의 80% 이상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잠수함 23척을 수주했다. 17척을 인도했고 6척을 건조 중이다. 이 중 3000t급은 5척을 수주, 3척을 건조(2척은 인도) 중이다. 3000t급 잠수함 설계·건조 기술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영국·일본 등 8개 국가만 갖고 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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