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엘로이 대주교, 트럼프 정부 작심 비판
미국 내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사람들 교회 오는 것조차 겁내고 있어"
로버트 맥엘로이 미국 워싱턴DC 대주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에 대해 "비인간적이고 도덕적으로 혐오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뉴스는 3일(현지시간) 맥엘로이 대주교가 CNN 방송과 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맥엘로이 대주교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민자를 추방하고 있다"며 "이는 가톨릭 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맥엘로이 대주교는 "정부가 교회 같은 민감한 시설에서 이민자 체포를 금한 규정을 없앤 뒤 사람들이 교회에 오는 것조차 겁을 내고 있다"며 "과거 아일랜드인이, 이탈리아인이, 폴란드인이 (미국에) 넘어올 때 '열등한 사람들'이라는 얘기가 반복됐고 지금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잔인한 일"이라고 꾸짖었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이 '교회가 이민자 정착 관련 정부 지원금을 못 받게 돼 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금은 애초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미국 주교회의는 지난 4월 트럼프 정부의 난민 정착 프로그램이 축소되면서 미국 연방정부와의 난민 재정착 지원 협정 갱신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가톨릭으로 개종한 밴스 부통령은 지난 1월 "주교회의가 1억달러(약 145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원으로 불법 이민자들을 지원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맥엘로이 대주교는 상·하원을 통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도 비판했다. 그는 "이 법안으로 수백만 명이 결국 건강보험을 잃고 억만장자들이 더 큰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장 부유한 자에게 주려고 가장 가난한 자의 것을 가져가는 사회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서는 "핵무기 비확산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핵무기를 보유하면 이런 공격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각국이 얻은 교훈일까 봐 두렵다"고 우려했다.
맥엘로이 대주교는 또 교회 내 여성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어디에 여성이 없는지를 보고 왜 그런지를 묻는 것"이라며 "(여성의 부제 서품에 대해) 교회 내에서 논란이 있지만, 그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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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인 올해 초 워싱턴DC 대주교에 임명된 맥엘로이 대주교는 미국 추기경 중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평가된다. 그는 교황 레오 14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레오 14세의 교황 선출에 대해 "교회에 큰 은총의 순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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