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協-국회 유니콘팜 투자시장 혁신 토론회
기술특례기업 성과는 5년 후, 공시 인프라 시급
VC "투자 하고 회수 못해…IPO 이후 권한 필요"
"회사 가치가 10배 차이 납니다. 왜 코스닥에 상장하겠습니까?"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벤처·스타트업 투자시장 활성화를 위한 혁신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 코스닥의 회수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낮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첨단 벤처기업들이 나스닥으로 향하는 이유는 높은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즉 '불장'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벤처기업협회와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상장제도와 자본조달 구조의 한계를 짚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현장에는 국회 유니콘팜 대표의원인 김한규 의원을 비롯해 장철민 의원, 이해민 의원, 이재관 의원, 한지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선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의 핵심축인 코스닥 시장의 위기와 대안을 놓고 참석자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정부가 출자한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선 회수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영근 교수는 "벤처투자 생태계를 이루는 핵심 3가지 요소(벤처기업·VC·회수시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회수시장"이라며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높은 금액에 회수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많은 돈이 몰리고 생태계가 활성화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시장 지배구조 개편 코스닥 시장의 진입·퇴출 활성화를 통한 책임의 상장 시스템 도입 ▲공모 펀드 조성을 통한 기관투자자 중심의 코스닥 거래 활성화 등을 방안으로 거론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중심으로 한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실질 성과는 상장 직후가 아닌 5년 이후부터 본격화된다"며 "단기 재무성과가 아닌 무형자산과 기술력 중심의 장기 성장성을 기준으로 평가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무형자산에 대한 공시가 어렵고 제도적으로도 미비해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비즈니스 모델, 성장 전략, 연구개발(R&D) 계획 등을 정성적으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기관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개인투자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려면, 일본 그로스 시장처럼 공시 강화를 통한 시장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이 제도 개선 방향과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안상준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VC가 기업의 초기 성장부터 기술 역량 등 기업의 DNA까지 모두 알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이후엔 시장에서 배제된다"며 "공모시장과 회수시장에서 VC의 지속적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수에 제약이 많아지면 결국 민간자본도 묶이고, 정부의 정책자금 회수도 지연돼 선순환이 막히게 된다"고 했다.
아스트로젠의 황수경 대표는 "현재 기술성 평가 제도는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신약 개발처럼 고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산업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심사에 참여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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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우리 IPO 시장은 지나치게 상장 심사에만 집중돼 있고, 상장 후 인수합병(M&A)이나 후속 투자 등 유연한 회수 경로는 거의 없다"며 "상장 후에도 기업이 시장과 연계된 다양한 성장 경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M&A 시장을 활성화하고, 기관 중심의 펀드가 공모주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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