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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쇳덩이' 초고압변압기 심장은 '나무'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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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부산, 초고압변압기 생산현장
절연성 뛰어난 목재프로 '심장' 권선 제작
VPD에서 수분 빼는 '진공건조' 과정 핵심
2030년 초고압변압기 매출 1兆 달성 목표

지난달 27일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에어샤워를 마치고 공장 안으로 발을 내딛자 육중한 쇳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4m에 육박하는 초고압변압기(HVTR)는 놀랍게도 세밀한 수작업을 거쳐 탄생한다.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른 사양을 갖춰야 하다 보니 일률적으로 찍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 1생산동에서만 올해 100대에 달하는 초고압변압기가 생산될 예정이다. 대부분 전력 인프라 대호황을 맞은 미국으로 수출된다. 다가오는 10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2생산동까지 더하면 오는 2027년에는 부산사업장에서만 연 300대에 이르는 초고압변압기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부산에서만 6000억원이 넘는 매출이 나온다.


[르포]'쇳덩이' 초고압변압기 심장은 '나무'로 만들어진다 최형석 LS일렉트릭 HVTR 제조팀장이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에서 초고압변압기 생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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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완공된 부산사업장 초고압변압기 공장에선 ▲유입변압기 ▲초고압직류송전(HVDC) ▲유연송전시스템(FACTS)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초고압변압기는 단순한 '양산'이라기보다 '주문 제작'에 가까운 시스템이다. 최대 130억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다 보니 고객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설계가 매번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설계에만 두 달, 공정을 거치는 데 두 달, 이렇게 하나의 초고압변압기가 탄생하는 데 총 6개월이 소요된다.


초고압변압기 제조 공정은 크게 6단계로 구분된다. ▲전류가 흐르도록 동각선을 감는 '권선 공정' ▲규소 강판을 설계한 치수대로 정밀 가공·적층하는 '철심 공정' ▲적층을 마친 철심에 권선을 조립하고 전기 회로를 구성하는 '본체 공정' ▲본체의 수분을 제거하는 '진공 건조' ▲건조된 본체를 탱크 내에 용접하고 절연유를 주유하는 '총조립 공정' ▲고객 요구사항과 규격에 맞춘 변압기 특성 시험을 거치는 '최종 시험' 등을 지나 하나의 변압기가 탄생한다.


[르포]'쇳덩이' 초고압변압기 심장은 '나무'로 만들어진다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에서 작업자가 초고압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다. 전선을 코일처럼 감아 만든 권선을 감싸고 있는 갈색 소재는 목재 펄프로, 유입변압기의 절연성을 담보하는 핵심 재료다.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에서 가장 시선을 끈 건 공장 곳곳을 가득 채운 '갈색'이었다. 육중한 쇳덩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자재는 다름 아닌 '나무'였다. 전선을 코일처럼 감아 만든 '권선'은 육중한 쇳덩이 속 '심장'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감싸고 있는 것이 목재 펄프다. 기름을 넣는 유입변압기의 폭발 위험을 없애기 위한 절연물로 나무를 채택한 것이다.


목재는 절연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재료 특성상 수분을 많이 머금을 수밖에 없어 확실히 건조하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이 진공건조로(VPD)를 거치는 '진공 건조' 공정이다. 최형석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HVTR 제조팀장은 "수분은 절연 작용을 훼손하기 때문에 변압기에 치명적"이라며 "결국 변압기 제조는 물과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르포]'쇳덩이' 초고압변압기 심장은 '나무'로 만들어진다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에서 일부 조립을 마친 초고압변압기가 공기부양설비로 이동하고 있다. 설계부터 최종 테스트까지 초고압변압기가 생산되는 데 최대 6개월이 소요된다. LS일렉트릭

본체 조립을 마친 변압기는 거대한 문처럼 생긴 VPD 설비에 들어간다. 말 그대로 진공 상태에서 닷새에 걸쳐 가열을 반복하며 수분을 없앤다. 154㎸(킬로볼트) 변압기를 기준으로 진공 건조를 마치면 무려 100ℓ(리터)의 수분이 빠져나온다. 진공 건조를 마친 변압기를 탱크 안에 넣은 뒤 수분을 재차 흡수하고, 절연유를 넣어 조립하면 변압기가 완성된다.


이 같은 핵심 공정을 가능케 하는 VPD 설비는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CAPA)를 가늠케 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문성윤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생산기획팀장은 "VPD 설비가 몇 대인지에 따라 캐파가 좌우될 정도로 중요하다"며 "현재 1생산동에 2대를 보유 중이고 새로 짓는 2생산동에도 2대를 들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VPD 설비는 1000억~2000억원을 호가한다.


[르포]'쇳덩이' 초고압변압기 심장은 '나무'로 만들어진다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리 부산사업장 내에 새로 건설 중인 2생산동의 조감도. 오는 9월 준공을 마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초고압변압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LS일렉트릭

쉴 새 없이 돌아가는 1생산동에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골격을 갖춘 2생산동이 모습을 드러낸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변압기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1생산동 옆 1만3223㎡ 부지에 짓는 2생산동에는 조립장·시험실·용접장 등 전(全) 생산공정이 갖춰질 예정이다. 9월까지 준공을 마치고 10월부터 곧바로 양산에 들어간다.


LS일렉트릭은 중저압변압기와 배전반의 비중이 컸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초고압변압기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전력 인프라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초고압변압기로만 2031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국내외 사업장은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AI 개발 기업 'xAI'의 데이터센터에도 납품했다. 오는 2030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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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관계자는 "2생산동은 현재 준공률 60% 수준으로, 규모의 성장에 걸맞는 생산·관리 체계를 확보하고 대용량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데 최적의 작업 환경을 구축하는 진전이 될 것"이라며 "2026~2027년 매출 목표치도 이미 수주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부산=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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