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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넓이와 깊이를 더하는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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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넓이와 깊이를 더하는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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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케팅에 실패하고 분을 삭이며 가지고 있는 임윤찬의 음반을 모두 꺼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리스트 초절기교연습곡,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쇼팽의 에튀드까지. 그리고 지난달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공연을 유튜브로 보았다. 임윤찬의 연주는 천재의 감각과 구도자적 자세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느 한 쪽에서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지난 4월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음반이 영국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 주요 3개 부문을 석권했다. BBC 뮤직 어워드는 영국의 그래머폰, 프랑스의 디아파종상과 함께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클래식상이다. ‘올해의 음반’ ‘올해의 신인’ ‘기악 부문 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BBC 뮤직 어워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신인상 수상자가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음반상’까지 휩쓴 것은 심사위원이 연주자에게 항복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에튀드 op.10과 op.25는 부서질 것처럼 여리고, 비치는 것처럼 투명한 쇼팽 작품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는 곡이다. 임윤찬은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몸속에 있던 용암을 이제야 밖으로 토해내는 기분”이라며,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내 마음이 말하는 것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제 스무살을 갓 넘긴 그의 연주는 무엇을 들어도 임윤찬이 선곡한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이 임윤찬을 선택한 것처럼 들린다.


임윤찬의 감격 여운이 가시기도 전, 정명훈의 이탈리아 라 스칼라 음악감독에 선임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247년 역사상 동양인이 음악감독이 된 것은 정명훈이 최초다. 리카르도 샤이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음악감독직을 수행한다. 20일 부산콘서트홀 개관을 맞아 내한한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장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정명훈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라 스칼라 음악감독은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등 다양한 작곡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절대적이며 정명훈은 베토벤과 베르디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연주한다. 선택에 이견이 없었다." 그는 또 "단원부터 밀라노 시장까지 만장일치였다”며 정명훈을 '베르디 스페셜리스트'라고 치켜세웠다. 내년 라 스칼라 시즌 오프닝에서 음악감독으로 첫 지휘봉을 잡는 정명훈은 “아마 베르디의 곡을 많이 연주할 것”이라 화답했다.

정명훈과 임윤찬뿐인가. 독일의 오푸스 클래식은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녹음한 조성진을 ‘올해의 기악연주자’로 선정했고, 17세 피아니스트 김세현은 4월 프랑스에서 열린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청중상 언론상 특별상까지 받았다.


자발 없는 국내 언론은 올해 초까지 K콘텐츠가 위기라며 기사를 쏟아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쓴 지 5년 만에 극장에서 천만 영화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빼면 ‘파묘’ 한편뿐,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K팝의 성장세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둔해져 한류의 바람은 잦아드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 영화가 흥행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K콘텐츠를 보는 외국의 시선은 어떤가. 지난주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K팝과 K드라마, K푸드까지 한국 문화 열풍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을 조명하며 공연 무대에서도 한국 문화가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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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하고 카퍼레이드를 한 것이 50년 전이다. 국내 연주자의 음악이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인기가 높았던 때가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6월이 끝나가는 지금, 올해 K컬처의 주인공은 클래식 음악이다.




임훈구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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