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
LNG부터 콘텐츠까지…'파트너십 강화'
"한·캐, 상호보완 통해 협력 지평 넓힐 것"
"모든 캐나다의 길은 서울로 통한다(All Canadian Roads Lead to Seoul)."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는 최근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는 익숙한 속담을 인용해 캐나다에 한국이 어떤 의미인지 표현한 그는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추진하는 무역·안보·문화·기술 전략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1993년 캐나다 외교부에서 내각 업무를 담당하며 외교 경력을 시작한 모휘니 대사는 뉴욕, 파리, 브뤼셀 등 주요 해외 공관을 거쳐 2022년 8월 주한 캐나다 대사로 부임했다. 한국 문화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그는, 지난달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배웅하던 환송 인사들 사이에서 감색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한 대사를 만나다]"加 인·태 전략 핵심은 韓…'협력의 판' 커진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62000041615134_1750345456.jpg)
모휘니 대사는 이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에서 캐나다행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직전, 그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이 G7이라는 주요 국제무대에서 이뤄진 만큼, 올해 G7 개최국인 캐나다가 한국을 확실히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캐나다가 한국과 항상 함께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얼마 전 새로 취임한 마크 카니 총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하고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캐 FTA 10년…"에너지·광물로 협력 확대"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캐나다가 처음으로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이며, 올해는 한·캐나다 FTA 발효 10주년이 되는 해다. 모휘니 대사는 "지난 10년간 한·캐나다 FTA를 통해 양국 간 상품 교역액이 80% 넘게 증가했다. 내년에는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양국 교역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휘니 대사는 앞으로 10년을 내다봤을 때, 가장 주목해야 할 협력 분야로 '에너지'를 꼽았다. 그는 "양국은 지난 10년간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 향후 10년은 특히 에너지 교역에서 기하급수적인 변화와 협력이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액화천연가스(LNG)는 매우 유망한 협력 분야"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캐나다에서 한국까지의 해상 운송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짧아 빠르면 7일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캐나다와 한국은 LNG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가스공사가 5% 지분을 보유한 'LNG 캐나다' 프로젝트를 통해 캐나다산 LNG 수입을 앞두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를 수주한 '시더(Cedar) LNG' 프로젝트는 2028년 가동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모휘니 대사는 "캐나다 원주민이 다수 지분을 보유한 시더 LNG 프로젝트의 FLNG 설비를 한국에서 제작하는 것은 에너지 협력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모휘니 대사는 에너지 다음 유망 협력 분야로 핵심 광물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입장에서 캐나다산 광물 자원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캐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광산에서 모빌리티까지(Mine to Mobility)'라는 전략 아래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캐나다 천연자원부(NRCan)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를 통해 한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캐나다에서 어떤 광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지 소개받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 해당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열려 있다고 모휘니 대사는 덧붙였다. 그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력을 위해 캐나다 대사관 상무과에서 캐나다 기업들에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분석해 제공하고, 이들이 적합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서 양국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무역·투자 파트너라는 인식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캐 문화 협력 본격화…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 만들 것"
캐나다 정부는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지정된 '2024~2025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캐나다 창조산업 무역사절단'을 지난달 1일 한국에 파견했다. 사절단에는 시청각, 출판, 디지털 미디어, 공연예술, 음악 등 5개 분야의 캐나다 중소기업 및 비영리단체 약 30곳이 참여했으며, 정부 산하 주요 기관과 각 주 정부 대표들도 함께 방한했다.
모휘니 대사는 이번 사절단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콘텐츠 공동 제작, 기술 연계, 인재 교류 등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방한한 캐나다 기업들은 5일간 총 320회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고, 그 결과 8건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며 "앞으로 캐나다와 한국이 공동 제작하는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공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휘니 대사는 캐나다가 콘텐츠 분야에서 한국과 손잡은 이유에 대해 "문화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실제 성과로 입증해낸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효과를 실제로 경험한 나라다. 이런 한국의 콘텐츠 시장을 캐나다 기업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모휘니 대사는 "오래전부터 캐나다에서 활동해온 한국계 예술인들을 지켜봐 왔는데 이들은 '캐나다인으로 살아가는 것'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정체성의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며 "그들의 작업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양국은 국가와 언어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 대중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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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모휘니 대사는 이 같은 문화 협력이 양국의 전략적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인권, 다자주의 외교에 대한 강한 신념을 공유하는 우리는 지금의 지정학적 국제 질서 속에서 보기 드문 매우 특별한 관계"라며 "한국과 캐나다는 서로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 양국은 상호보완을 통해 공동의 번영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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