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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이오 챔피언'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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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이오 챔피언'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바이오중기벤처부 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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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독일 바이오 챔피언의 탄생"


독일 정부가 최근 자국의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큐어백을 12억5000만달러(약 1조7201억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환호하며 내놓은 논평이다. 글로벌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치료제 시장의 큰 축이자 한때 코로나19 백신·암 치료제 개발을 놓고 경쟁하던 독일의 두 유망 바이오텍이 이제는 거대한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자국의 기술을 자국의 자본과 전략으로 지키고 성장시키는 이 같은 모델은 미국에서 출발했다. 글로벌 빅파마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미국 바이오텍 셀젠을 740억달러(약 101조원)에 인수한 이후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에 없던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패 확률이 높은 신약 개발에서 창업가가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빅파마의 거액 인수합병(M&A)이라는 엑시트(자금 회수) 모델이 존재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술특례상장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장하더라도 매출과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손실(법차손) 요건에 막혀 바이오 기업은 흑자가 나기 전까지 생존의 벼랑 끝을 걷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신약의 '가설'에 자금을 밀어주는 대형 투자자도, 미래 기술을 사들일 인수 주체도 부재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비(非) 제약 기업이었던 오리온은 국내 ADC 기술 선도 기업인 레고켐바이오(현 리가켐바이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고, 그 결과 리가켐바이오는 얀센 등과의 기술이전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산업 안팎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SK·롯데·OCI 등도 제약·바이오 진출을 가속하며 바이오 생태계의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했다.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장 파트너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만 먹고 살던 국내 바이오산업이 꿈을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 삼성에피스홀딩스도 오는 10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강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본업에 집중시키고,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개발 그리고 전략적 투자를 전담할 신설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를 통해 바이오 분야의 독립된 성장축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이 조직은 ADC, AAV(아데노관련바이러스) 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를 예고하며, 필요한 경우 벤처투자 및 인수합병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하는 삼성'으로의 구조 전환이라는 점에서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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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재명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대한 규제 개편과 M&A 활성화 정책을 약속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창업가와 과학자는 연구에 집중하고 대기업은 자본과 경영의 틀을 제공하며 정부는 적절한 제도 정비로 시장을 뒷받침하는 건강한 구조, 우리도 이제 현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독일 정부가 바이오 챔피언의 등장을 자축했듯, 우리 정부가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이 세계적 바이오 챔피언을 만들어냈다"는 논평을 내길 기대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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