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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쌓일 틈 없이 팔려나갑니다"…美가 주목한 '한국산 금속'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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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격막전해 기술을 이용한 습식제련 공법으로 정광 없이도 아연과 연 제련공정에서의 부산물로부터 안티모니를 추출한다.

격막전해 기술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금속 이온만 분리·석출하는 기술로, 안티모니 순도는 이 공정을 거치며 최대 99.9%까지 끌어올려 진다.

기존 금속 전해법과 달리 순도가 10배 높은 안티모니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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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가보니
美관세 협상 카드, 안티모니·인듐 '전략광물'
中 수출 통제로, 전략광물 가격 급증
고려아연, 국내서 '안티모니' 유일 생산
최근 안티모니 美 수출…"국내 최초"
전략광물 주문↑ "재고 쌓일 틈 없어"

"재고 쌓일 틈 없이 팔려나갑니다"…美가 주목한 '한국산 금속' [르포] 안티모니.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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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찾은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안티모니 공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가 생산되는 곳이다. 공장 한쪽엔 금속판에서 떨어져 나온 더스트 원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언뜻 보기엔 검은색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이 안에 숨어 있는 건 고부가가치 금속 '안티모니'다. 아연 및 연 제련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데, 최근 t당 8000만원이 넘어간다.


"재고 쌓일 틈 없이 팔려나갑니다"…美가 주목한 '한국산 금속' [르포] 지난 11일 찾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안티모니 공장에서 황윤근 온산제련소 귀금속2파트장이 안티모니 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원료를 녹여 격막전해 기술로 불순물을 제거해 안티모니 순도를 최대 99.9%까지 끌어올린다. 심성아 기자

공장 안에선 5~6대의 거대 유도로가 동시에 돌아가며 고온에서 광석을 녹이고 있었다. 이렇게 용해된 금속은 전해조로 옮겨져 격막전해 공정에 들어간다. 고려아연은 격막전해 기술을 이용한 습식제련 공법으로 정광 없이도 아연과 연 제련공정에서의 부산물로부터 안티모니를 추출한다.


격막전해 기술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금속 이온만 분리·석출하는 기술로, 안티모니 순도는 이 공정을 거치며 최대 99.9%까지 끌어올려 진다. 기존 금속 전해법과 달리 순도가 10배 높은 안티모니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이 과정만 4일이 걸린다.

"재고 쌓일 틈 없이 팔려나갑니다"…美가 주목한 '한국산 금속' [르포] 지난 11일 찾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안티모니 공장에서 황윤근 온산제련소 귀금속2파트장이 완성된 안티모니 제품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한개의 팔레트 위에 놓인 안티모니 잉곳(괴)은 1t이며, 1t당 8000만원이 넘는다. 심성아 기자

완성된 안티모니 잉곳(괴)은 한 덩이에 20kg. 거칠거칠한 표면이 느껴지는 괴 50여개가 쌓여 각 팔레트 위에 올라가 있었다. 황윤근 온산제련소 귀금속2파트장은 "1t짜리 팔레트가 하루 10세트씩 나온다"며 "지금 단가로 t당 8000만원 좀 넘는데, 지난해 초보다 6~7배 오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중 20t가량이 최근 컨테이너에 실려 미국 워싱턴 D.C.로 향했다. 국내에서 방산 핵심소재인 안티모니를 직접 미국에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물량은 다음 달 미국에 도착해 주요 방산기업 10여곳에 납품될 예정이다.


안티모니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에서 정한 핵심 광물 28개 중 하나다. 탄약·미사일·포탄 등 군수물자 생산에 필수적인 전략물자이자 차량 대시보드, 텐트 등 내열 소재 및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자국산 안티모니와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전체 수입량의 62%를 중국에 의존해온 만큼, 대체 공급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올해 미국에 350t의 안티모니 수출을 목표로 수입업체 선정을 비롯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계획한 목표량 수출에 성공한다면 연간 322억원 이상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우선 올해 첫 물꼬를 튼 후, 향후 수출 물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티모니 공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자 또 다른 희소금속인 인듐 공장이 나왔다. 아파트 2층 높이의 정제 장치들 사이로, 한쪽 라인에선 은빛 액체가 수도꼭지처럼 콸콸 흘러나왔다. 직원 한 명이 직접 몰드에 액체를 부어 괴를 만들고 있었다. 마치 붕어빵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붓는 것처럼 겉으로 보기엔 아주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었다. 전종빈 온산제련소 생산3본부 전자소재팀 책임은 "간단해 보여도 고정된 크기로 정확히 주조하는 건 숙련자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재고 쌓일 틈 없이 팔려나갑니다"…美가 주목한 '한국산 금속' [르포] 지난 11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인듐 공장에서 한 직원이 액체 상태의 인듐을 주조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듐 괴 하나는 5kg으로, 시세로 약 250만원이다. 심성아 기자.

이곳 인듐은 앞 공정에서 액체로 농축된 상태로 넘어온다. 공장의 역할은 이 액체를 고체 메탈로 주조하는 것이다. 소량만 생산하다 보니 아직 자동화의 경제성이 낮아 대부분 수작업이 이뤄진다.


공장 한쪽에 있는 창고는 거의 비어있는 상태였다. 일부 인듐만 진공으로 포장돼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전 책임은 "제품이 창고에 가득 채워졌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만들자마자 바로 나가기 때문에 재고가 쌓일 틈이 없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예전엔 한 달에 10~13일 작업했다면, 최근엔 월 20일 이상 가동한다"며 "연간 생산 목표는 150t"이라고 말했다.

"재고 쌓일 틈 없이 팔려나갑니다"…美가 주목한 '한국산 금속' [르포] 지난 11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인듐 창고에서 전종빈 온산제련소 생산3본부 전자소재팀 책임이 진공으로 포장된 인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듐 괴 하나는 5kg으로, 시세로 약 250만원이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연간 150t가량의 인듐을 세계 시장에 공급해 왔는데, 미국으로도 상당량을 수출하면서 글로벌 첨단산업 발전에 중요한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인듐은 LCD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반도체 기판, 항공기 엔진, 태양광 패널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금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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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관계자는 "중국 핵심 광물 수출통제를 계기로 세계 공급망에서의 고려아연 역할이 한층 중요해진 만큼 전략 광물생산 안정화와 우방국 공조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국익을 중시하면서 산업계 기반을 뒷받침하고 자원 안보를 강화하는 핵심축으로 도약하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울산=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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