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세계 첫 모든 법관 직선제 진행
대법관 후보 당선권 9명, 정부와 연관
셰인바움 대통령 "판사 선거는 성공"
멕시코에서 모든 법관을 국민이 직접 뽑는 특별선거 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대법관 당선권에 들어선 후보가 모두 '친(親)정부·여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후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 온라인 대법관 선거 개표 현황을 보면, 개표율 60% 기준 우고 아길라르 오르티스·레니아 바트레스·야스민 에스키벨·로레타 오르티스·히오반니 피게로아 메히아·이르빙 에스피노사 베탄소 등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후보는 모두 멕시코 집권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과 가까운 인사들로 알려졌다. 먼저 대법관 후보 등록을 위해선 입법·사법·행정부 중 한 곳의 추천이 필수였는데, 아길라르 오르티스·피게로아 메히아·에스피노사 베탄소 후보는 행정부 추천을 받았다. 또 바트레스·에스키벨·오르티스 후보는 모레나의 창당 주역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대법원에 입성했던 현직 대법관들이다. 7∼9위권도 행정부와 입법부 중복 추천을 받았다.
만약 현재의 득표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대법관 9명 모두 정부·여당 친화적 인물이 포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권력 집중과 사법부 불신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멕시코 누에보레온대학의 다니엘 플로레스 쿠리엘 경제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에 "판사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법관들은 행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면 자신의 임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멕시코 의회는 여당 연합 주도로 모든 법관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헌을 의결했다. 이 개헌에는 대법관 정원 감축(11명→9명), 대법관 임기 단축(15→12년), 대법관 종신 연금 폐지, 법관 보수의 대통령 급여 상한선 초과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사법부 내 모든 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 나라는 멕시코가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는 유권자가 판사를 직접 선출하기도 하는데, 이를 국가 전면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멕시코 선관위는 전체 개표 절차 중 대법관 선거의 표 집계를 가장 먼저 진행하고 있다. 당선인 규모는 연방 판사 기준 88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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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는 '역사적'인 투표라고 선전했으나, 13%대로 전망되는 저조한 투표율 속에 각종 부정선거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종이를 주름지게 여러 겹으로 접은 형태가 악기와 닮았다며 현지에서 '아코디언'이라고 부르는 커닝 용지가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이 용지에는 주로 친여당 성향 판사 후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해당 용지를 지참한 채 투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기표 후 먹어서 없앨 수 있는 커닝 용지도 당국에 보고돼,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판사 선거는 성공"이라며 개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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