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민주 '짐로저스 李 지지' 허위사실 유포"
민주 "리박스쿨, 대선 망치는 사이버 내란"
21대 대선 본투표를 하루 앞둔 6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막판 공방전에 불을 붙였다. 국민의힘은 최근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주장한 민주당을 향해 "여론조작"이라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고, 민주당은 댓글조작 의혹을 받는 극보수 단체 '리박스쿨'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관계를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질적이고 상습적인 민주당의 '충격 이슈 조작 프로젝트'로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죄"라며 이 후보에 대한 사퇴를 주장했다.
장 상황실장은 "누가 봐도 이상한 형식의 이상한 지지 선언이었고 어설픈 조작의 냄새가 짙었다. 국제 사기 대선 후보, 보이스피싱 대선 후보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이런 사람을 세계 정상들과의 외교 무대에 대한민국 대표로 올리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사기범죄 세력이 국내에서 하던 버릇을 못 고치고 기어이 국제망신 대형사고를 친 것"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선동은 국제무대까지 이어진다"며 "국민을 상대로 또 한 번 쇼를 '기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 국제협력단 공동단장인 이재강 의원이 지난달 29일 개최한 개성공단 기업대표단 기자회견에서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로저스 회장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고, 이 후보도 다음날 짐 로저스의 지지 선언을 들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반면 로저스 회장에게 이메일로 확인한 결과 그는 이 후보와 관련한 지지 선언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완전히 사기"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1일 나왔다. 최초 보도는 삭제됐고, 김 상임의장은 로저스 회장과 지지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최종 지지문 문구를 확정하는 데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매체가 로저스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확인을 한 결과 "나는 누구도 지지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극우단체 '리박스쿨' 인사들의 댓글 공작 의혹과 늘봄학교 투입, 김 후보와 리박스쿨 연관성에 대해 막판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앞서 한 매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역사교육을 하는 극우단체 리박스쿨이 이른바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라는 댓글팀을 운영해 이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 공작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극우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공작은 대선을 망치려는 명백한 선거 부정이자 사이버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석열의 핵심 공약인 초등학교 늘봄교실에 리박스쿨 출신 강사를 투입해 아이들에게 극우 사상을 주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나 박근혜 국정 교과서 사건에 버금가는 국기문란 중대범죄"라고 했다. 그는 "리박스쿨의 유튜브 영상이 삭제되고 있다고 하는데, 증거가 더 인멸되어선 안 된다"며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 김 후보를 향해서도 "2020년 '리박스쿨' 유튜브 활동 보고 영상에 김 후보가 등장하고, 리박스쿨 대표는 2018년부터 김 후보와 친분을 과시하고 리박스쿨 주관 교육에는 유튜브 김문수 TV가 협력사로 돼 있다고 한다"며 "이날 당장 관련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일 리박스쿨이 '한국늘봄교육연합회' 명의로 만든 과학·예술 분야 프로그램을 서울 시내 10개 늘봄학교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의혹의 실체, 김 후보와의 연관성 등을 주장하는 민주당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장 상황실장은 "민주당이 계속 댓글과 관련해 리박스쿨을 공격하고 있는데 어떤 음모와 조작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후보, 민주당 전체가 그 자체가 거짓인데 리박스쿨은 어떻겠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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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이 대선을 하루 앞두고 막판 의혹 제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막판 지지율 변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15대~16대 대선에 출마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자녀 병역 비리 의혹인 병풍 사건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 특히 16대 대선 때는 과거 방위병 신체검사 접수 및 결과를 통보하는 군인으로 복무했던 김대업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허위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세론에 균열을 일으켰다. 다만 이 사례를 제외하면 막판 네거티브가 대세론을 깨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BBK 주가조작 의혹, 18대 대선 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과거 문제 등으로 공세를 받았으나 대선 승리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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